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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병상부족에 대안 내놓지만… 전문가들 “늦은 만큼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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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 병원 외 격리 검토... “美에선 자가격리 치료하기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한 경증환자는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다른 장소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공무원입소시설은 물론 수련원이나 체육관에 환자를 수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대구에 중증환자 병상이 부족할 경우, 국립중앙의료원이 다른 지역 상급병원으로 이송을 지시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는다. 환자가 급증한 대구에서 병실이 부족해 확진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하는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600여명에 이르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정부가 서둘러 대안 내놓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들 대책이 대구지역의 병상부족 사태가 벌어진 이후 나온 ‘사후약방문’인 만큼 실제 시행 속도가 피해자를 줄이는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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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출근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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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외에선 집에서도 치료”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는 대구시와 현장의 전문가들이 ‘입원 이외의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경증환자의 자가격리 또는 일반시설 격리를 검토하고 있느냐’라는 질의에 대한 응답이다. 중안본은 이미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경증환자를 선별해 병원 이외의 장소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맥박과 수축기 혈압, 호흡수, 체온과 의식수준 등 5가지 지표를 활용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기준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증도 분류 기준이 마련되면 환자는 입원부터 격리, 관찰 등으로 구분된다. 이전까지 정부는 환자가 늘어나도 병원에서 치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경증환자를 합리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기준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선진국에선 경증환자 또는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집에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의 자료를 봐도 전체 신종 코로나 환자 가운데 중증 이상 환자의 비율은 19% 정도이고, 가장 높은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5%가 채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3월에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서 대구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확진환자 이송은 재고돼야 한다”라면서 경증환자를 위한 ‘야전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가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지역사회에서의 감염확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면서 “경증으로 분류된 환자들을 한데 모아 치료해야 신종 코로나 환자가 아닌 중증환자들이 병원에서 쫓겨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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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약국을 소독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 /2020-02-27(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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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확보, 바이러스 전파 속도 못미쳐

정부도 병실 부족 사태 발생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지난 18일 31번째 환자 발생을 계기로 대구에서 집담감염이 보고되자 지방의료원을 비워서 경증환자를 받을 준비를 시작했다. 25일에는 전국에서 병상 1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28일부터는 대구에서 중증환자 치료가 어려우면 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전원지원상황실이 다른 시도의 상급병원으로 이송을 지시하는 시행지침이 전국에서 시행된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은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구에서 병상 1,600개를 마련하기로 한 기한은 내달 1일이지만 28일 오전까지도 환자 680명이 입원하지 못한 채 자가격리 중이다. 중안본은 병상을 비우기로 한 병원에 머물던 기존 입원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비워진 병상의 시설을 정비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국립마산병원의 경우 예정보다 하루 늦은 27일부터 환자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치료를 위한 전국 단위의 1만 병상 확보계획도 일부 지역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원이 1개뿐인 지역 등 기존 환자들이 이동하기 어려운 시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자체들은 의료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도는 22일부터 병상 확보에 나선 결과, 충주ㆍ청주의료원 병상을 90%이상 비우는데 성공했지만 감염ㆍ호흡기내과 의료진이 부족해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경북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관내 감염병 전담병원들의 운영을 위해 의사 38명과 간호사 205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장에선 “시행 빨랐다면…”

의료현장에선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이 방향은 맞지만 번번이 시행 속도가 늦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 청도대남병원의 확진환자 1명을 수용했는데 중대본이 아닌 대구시가 요청했다”며 “환자분류와 이송 결정을 누가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엄 교수는 “대구에서는 힘있는 사람이 서울 쪽에 부탁을 하면 환자를 보낼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며 “지금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인재’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백진휘 인하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정부 대책의 시행속도가 빨라야 한다”라면서 “지방의료원들도 병상을 비우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강원=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대구=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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