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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코로나 패닉, 최악까지 상정하고 경제정책 다시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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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폭락했다. 28일 코스피는 3.3% 급락했고 5개월여 만에 2000선 아래로 내려섰다. 코스피는 설 연휴 이후 한 달 동안 11.6%나 하락했다. 뉴욕 주식시장도 27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4% 이상 폭락하는 등 유럽·아시아 가릴 것 없이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실물경제도 걱정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매판매지수는 전월보다 3.1% 하락했다. 국내 소비가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후퇴한 것인데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지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나 생산 차질이 대부분 이달부터 본격화된 사실을 감안하면 2월 소비·생산·투자지표에 큰 쇼크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7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는데 여전히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해외 투자은행(IB)들만 둘러봐도, ING그룹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최근 1.7%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0.8~1.7%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예상하기 힘든 충격이라고 해도 그동안 우리 정부는 지나친 경제 낙관론으로 빈축을 산 사례가 많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국은행은 당초 2.7%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다가 1년 동안 4차례나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린 끝에 2.0%로 조정했다. 올 들어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신중한 자세로 경제정책을 펼치다가 점점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기업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섣부른 낙관론을 펼치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때마다 허둥지둥한다면 소비와 투자는 더 흔들릴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만반의 태세를 갖출 수 있는 재정·통화정책을 다시 설계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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