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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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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민안전과 한미동맹 사이 줄타기…국무부도 여행경보 3단계로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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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DC 이어 국무부 여행 재고 권고, 이번이 처음

이수혁 주미 대사 "미국 측이 취할 조치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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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국무부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어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에서 '여행 재고'를 권고하는 3단계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번 조치가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의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3단계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27일 CDC의 여행 경보 상향 조치에 맞춰 미 국무부가 후속으로 경보 단계 격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미 국무부는 CDC의 조치를 일반적으로 참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3단계 조치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 국민의 입국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이날 조치는 다분히 예상된 일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여행 금지나 입국 금지를 부인한 뒤 벌어진 일인 만큼 미국도 최악의 상황은 배제하면서 최소한의 대응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 국무부의 조치는 앞서 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상향한 후 이뤄졌다.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CDC와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은 것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히지만 결국은 가야 할 방향대로 진행된 셈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국무부의 조치를 종합하며 한국에 대한 최고 수준의 조치가 아직은 필요 없다는 인식을 자국민들에게 제시하면서도 경고 수위는 높이는 이중적 행보다. 이를 통해 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제시하면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이수혁 주미 대사는 이날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미국에 설명하고 미국 측이 취할 조치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국무부는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병이 확산한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2단계 여행 경보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이탈리아보다는 한국이 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미 국무부의 조치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의 발표에 따른 설명을 즉각 준비하지 못한 모습으로 당황한 흔적이 역력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근 국가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 만에 국내에서 누적 환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서면서 세계 곳곳이 한국인과 한국을 거쳐간 외국인에 대한 강도 높은 입국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한국 정부가 감염증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이후 입국을 아예 금지하는 국가가 급증, 갈수록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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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인과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 및 지역은 일본,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바레인,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등 21개국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출국한 이후 14일 이상 지난 시점에 입국을 허용하는 조치를 시행 중인 국가를 포함한 수치다. 일본은 이날 오전 0시부터 최근 14일 이내 대구와 청도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입국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 및 지역은 영국, 태국, 오만, 카타르, 마카오, 대만 등 21개국으로 늘었다. 이들 국가는 검역을 강화하거나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에 대해 자가 또는 별도 지정 장소에 격리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국 금지와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는 총 32개국으로 급증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이후 입국 금지 조치를 한 국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 이전에 공식적으로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6~7개국에 불과해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보다 적었지만 일주일 새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다수의 국가가 입국 절차를 강화하기보다 입국 금지 등 최고 강도로 대응하는 봉쇄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인과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의 입국을 아예 막는 국가는 당분간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 이어 필리핀은 전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경북에서 오는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면서 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인과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는 130여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감염병 증상 여부와 상관 없이 내ㆍ외국인을 불문하고 입국 제한 조치를 하기 시작해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한국인 등 외국인을 강제 격리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산둥성 웨이하이, 장쑤성 난징, 랴오닝성 선양 등으로 점차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각국의 과도한 조치를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실제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지난 25일 외교부 청사로 주한외교단을 불러 설명회를 열고, 전날에는 긴급하게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입국 제한 조치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싱 대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 대한 제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격리된 사람 중에는) 중국 국민도 많다. 양해하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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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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