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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휴가 내고 ‘최전선’ 달려간 대구의사회장…의사 수십 명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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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태부족, 자원봉사 절실

보상·칭찬 생각 말고 대구 구하자”

회원 5700여 명에 문자 보내 호소

중앙일보

이성구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 시민들을 구합시다.” 25일 오전 10시30분 대구시의사회 소속 회원들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성구(60·사진) 대구의사회장이 5700여 명의 회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인력 자원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호소문이 담겼다.

이 회장은 “대구는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형제·자녀가 매일매일을 살아내는 삶의 터전”이라며 “그 터전이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다”고 슬퍼했다. 이어 “응급실은 폐쇄되고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쳐나지만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최근 101명의 군(軍) 의무 인력도 파견받았다. 하지만 이 규모로는 2곳 거점병원 지원도 부족한 현실이다. 일주일 만에 대구시의 코로나19 환자는 1명에서 500명으로 늘었다. 대구의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61·여) 발생 이후 같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또는 이들 신도와 접촉한 일반인이 ‘양성’으로 판정받으면서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신도 등으로 환자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상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와 간호사 등 최소 300여 명이 더 필요하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료 인력 추가 지원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중앙일보

2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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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회장이 이날 직접 지역 의사들에게 자원봉사를 독려한 것이다. 그는 “저도 일반 시민들과 똑같이 두렵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대구의 5700명 의사가 앞서서 질병과의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의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고 호소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달라”며 “일과를 마친 동료 의사 여러분들도 달려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 눈물로 시민들과 대구를 구하자”고 맺었다.

이 회장은 공동 운영하던 개인 의원에 이날부터 10여 일간의 휴가를 냈다. 이후 코로나19 치료 거점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이 회장이 문자를 보낸 뒤 바로 의료 봉사활동에 나섰다. ‘할 일이 너무 많다’며 회장부터 지원한 것”이라며 “동료 의사들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기준 30여 명의 의료진이 자원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김민욱 기자, 대구=김정석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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