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판정 교역자, 2천명 참여 주일예배 참석…'무증상 전파' 가능성
주일예배 중단 놓고 미온적인 대형 교회들…한교총 "잠정 중단 고려해달라" 당부
명성교회, 시설 폐쇄 및 주일 예배 중단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국내 대형교회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명성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의 시발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교역자가 앞서 주일 예배에 참석했고,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접촉으로 인한 코로나 전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14일 청도 한 장례식장을 신도 5명과 함께 다녀온 부목사 1명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부목사 가정에 임시거주한 지인 자녀 1명도 양성판정을 받았다.
함께 청도에 다녀온 신도 5명과 부목사 가족 2명은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부목사는 청도를 다녀온 이틀 뒤인 16일 오후 1시 30분 교회에서 열린 4부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4부 예배는 7천명가량을 수용하는 예배당에서 교인 약 2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는 예배당 앞쪽에 있는 목사와 부목사, 전도사를 위한 교역자 석에 앉아 다른 교역자 40∼50명과 함께 예배를 봤다고 한다. 코로나 19의 강한 전염력을 고려하면 추가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명성교회는 3월 1일 일요일에 있을 주일 예배를 포함해 모든 예배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교회 시설도 폐쇄하고 소독에 들어갔다.
23일 명성교회는 부목사 일행이 코로나 확진환자가 대거 나온 청도를 다녀온 뒤 자가격리되자 소당회를 열어 수요 예배와 새벽기도를 모두 취소했지만, 교회 차원의 대응을 두고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명성교회 측은 확진 환자가 나온 뒤에야 주일 예배를 중단했는데 무증상 환자의 전파 등을 고려해 선제적인 예방 차원에서 이를 앞당길 수는 없었느냐는 것이다.
앞서 명성교회 측은 해당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명성교회에서는 교역자의 코로나 확진 사실을 신도들에게 신속히 알리지 않았다는 내부 비판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명성교회같이 최소 수만명 신도가 다니는 대형교회들이 전국적인 감염병 유행 상황에도 주일예배 중단 여부를 놓고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신교회가 주일 예배라는 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염병이 대규모로 발생한 상황에서 최소 수천 명의 신도가 함께하는 종교 행사를 평상시처럼 강행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소망교회가 23일 주일 예배를 중단한다고 알렸고, 온누리교회가 성도 안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3월 14일까지 모든 교회 캠퍼스의 예배, 모임을 일시 중단했으나 여전히 대형 교회 사이에서 이에 동참하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한국교회언론홍보위원회가 지난해 낸 '언론인을 위한 한국기독교안내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형교회를 뜻하는 '메가처치(mega-church)는 주일 장년 출석교인이 2천명이 넘는 교회다. 이 기준으로 국내에는 약 880개 대형교회가 있고, 이중 1만명 이상 대형교회는 100여곳으로 추정된다.
다만, 3·1절을 앞두고 예정된 개신교계 연합 행사는 취소됐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8일 정동제일교회 예배당에서 유관 단체와 열 예정이었던 '3·1운동 101주년'과 '유관순 열사 순국 100주년'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한교총 관계자는 이같은 기념행사 취소 소식을 알리면서 "(주일 예배와 관련해) 각 교단 지도하에 개별 교회의 당회가 주일 예배를 잠정 중단하는 것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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