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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현빈도 중동 촬영 못갈 판···요르단, 한국인에 빗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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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대 대작 '교섭' 요르단 촬영 어려워져

모로코 로케 앞둔 '피랍' 변수 생길까 긴장

관객 수 반토막… 개봉 예정작 줄줄이 연기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면서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매표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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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요르단 등 6개국과 홍콩에서 ‘빗장’ 대상 국가가 되면서 영화계도 비상이 걸렸다. 해당 지역 로케이션을 준비하던 영화 제작사는 급히 일정 변경 등 대안 검토에 들어갔다.

황정민·현빈 주연의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 제작진은 전날 요르단 정부가 코로나 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24일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교섭’은 중동 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 구출 이야기로 황정민과 현빈이 각각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 역을 맡아 3월 중 요르단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배급사인 메가박스플러스엠 관계자는 “현재 선발대 일부가 요르단 답사 중인 상황에 난데없이 발표가 난 것”이라며 “촬영 일정 조율 외에 다른 후보지도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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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끝낸 배우 현빈이 주연하는 새 영화 '교섭'의 해외촬영이 요르단의 입국 불허로 당분간 어려워지면서 제작사가 24일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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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은 2014년 tvN ‘미생’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서 이국적인 풍광으로 눈길을 끌었다. ‘교섭’은 배경이 중동이라고만 알려질 뿐 요르단을 특정하진 않은 상태다. 임 감독이 국내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100억원대 규모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으는 대작이다. 요르단은 한국인 외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과 이란인의 입국도 함께 금지했다.

중동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영화 ‘피랍’(감독 김성훈)도 다음 달 북아프리카 모로코 촬영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하정우‧주지훈 주연의 ‘피랍’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외교관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다. 모로코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전염병 확산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배급사 쇼박스 측은 “3월 말 크랭크인 예정이라 아직 시간은 있다.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동은 이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한 환자가 12명으로 늘어나면서 인접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과 교류가 잦은 쿠웨이트, 바레인, 이라크 등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이란에 다녀온 사람이나 여행 온 이란인 중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및 한국을 경유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24일 낮까지 6개국(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이었다. 같은 날 밤 늦게 홍콩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입국시 자가 격리를 실시하는 국가는 마카오·카타르 외에 대만까지 추가돼 총 10개국으로 늘었다. 영국, 브루나이,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마카오,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카타르 등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주의)에서 2단계(경계)로 올렸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촬영이 방역 목적 이유로 입국 불허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보건기구(WHO)의 국제보건규칙(IHR 2005)은 ‘질병 확산을 통제하더라도 국가 간 이동을 불필요하게 방해해선 안 된다’(2조)는 원칙을 두고 있다. 최대한 넓게 잡더라도 ‘의심·감염 환자 입국 거부’나 ‘비감염자의 감염 지역 입국 차단’까진 허용하지만 출입국 자체를 원천 봉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행히 사태 악화 전 모로코 촬영을 마친 김윤석·조인성 주연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나 해외 촬영을 끝낸 하정우 주연의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등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후반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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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1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몰 내 CGV 전주효자점이 임시 휴업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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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촬영 현장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부산영상위원회 관계자는 “배우나 스태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현장이 마비되고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촬영장이 극도로 예민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장 입구에 발열 체크기를 비치해놓고 스태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촬영하기도 한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22~23일) 극장 관객 수는 약 47만명으로 전주 주말(15~16일) 120만명과 비교해 50% 이상 급감했다. 이에 따라 개봉을 미루거나 시사회 등 관련 이벤트를 취소하는 영화들도 줄 잇고 있다.

26일 개봉 예정이던 ‘사냥의 시간’과 다음 달 5일 개봉 예정이던 ‘결백’ ‘이장’, 다큐멘터리 ‘밥정’은 개봉을 연기했다. 3월 12일 개봉 예정이던 박신혜·전종서 주연 스릴러 ‘콜’도 잠정 연기했고 같은 날 개봉작 ‘침입자’도 일정을 신중 검토 중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은 3월에서 4월로 옮겼다. 대부분의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GV)는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됐다. 한 독립영화 관계자는 “아트하우스 모모와 상상마당 등 다수의 예술영화관이 당분간 휴관에 들어간 터라 영화 상영을 원해도 실제 관객을 만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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