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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슬금슬금 총선 연기론···감염 70만 신종플루 때도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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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3당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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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대두하고 있는 총선 연기론은 과연 현실화될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총선 연기 주장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성엽 민생당 의원은 24일 오전 “이번주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연기론과 관련해 “현재 검토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 그때는 다시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총선 연기를 주장했다. 일각에선 투표용지나 투표도장을 통한 감염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연기 불가피론을 펴기도 한다.

그렇다면 총선 연기는 실제 가능할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재 연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연기를 다룬 제196조 제1항은 ‘천재ㆍ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때에는 대선과 총선은 대통령이, 지방선거는 관할 선관위원장이 해당 지자체장과 협의해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에선 이렇게 연기한 선거는 처음부터 선거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고, 선거일만 다시 정한 때에는 이미 진행된 선거절차에 이어 계속하도록 했다.

선거 연기를 결정할 권한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는데,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총선 연기는 전혀 논의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총선은 예정대로 치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입법ㆍ행정ㆍ사법부 3권 분립 체제에서 입법부 부재 상태를 만들 수는 없다. 총선을 연기한다고 해서 현재 20대 국회의원들 임기를 연장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에도 대형 재난 재해 때 선거 연기론이 나왔지만, 실제 연기된 사례는 없었다.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강원도 고성ㆍ강릉ㆍ동해ㆍ삼척과 경북 울진 등 2만3448헥타르가 잿더미가 된 사상 최대 규모 산불이 있었고,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져 일각에서 선거 연기 얘기가 나왔지만,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감염병 유행 사례로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를 꼽을 수 있는데, 당시 국내 감염자 70만명과 사망자 263명이 발생했지만 10ㆍ28 재보선 역시 예정대로 진행됐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 준비 과정의 차질은 현실화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투개표 등 선거진행요원의 사전 회의와 집체 교육이 필요한데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교육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각 정당도 유권자 대면 접촉 자제령이 내려진 상태다.



총선 집어삼킨 코로나…여야 촉각



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닥친 초유의 코로나 정국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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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대책특위원장(가운데)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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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코로나19대책위(위원장 김상희)를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로 확대 개편하고 위원장에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위촉했다. 전직 국무총리로 감염병과 재난재해 대처 경험이 있는 이 위원장을 배치해 집권 여당이 코로나19에 총력 대응 중이란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저는 메르스,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진압했고 강원도 산불과 태풍 ‘미탁’ 같은 자연재해도 안정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있다”며 “그런 안전 총리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도 최선을 다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추경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추경에 동의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렇다. 어제 (비공개) 당정 회의에서 모든 게 조정됐다”고 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번 일주일간 대면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코로나 극복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긴급 당정청 협의회가 2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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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오른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철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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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긴급 재정투입 협조’ 방침을 밝혔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비비ㆍ추경을 가리지 않고 긴급 재정투입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단체 대중 집회 자제도 당부했다. “심정을 모르지 않지만, 지금은 국민 생명 안전이 우선돼야 할 때다. 가급적 자제할 것을 당부드린다”면서다.

통합당 내 대구ㆍ경북(TK) 지역 의원들은 TK 전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와 경북은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등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있다”며 “모든 종류의 국비를 제도와 절차를 넘어 속히 투입하라”고 요구했다. 대구 동갑에 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문 대통령을 향해 “5년 전 본인 말을 왜 안 지키는지 대답 한번 해보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야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이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라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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