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코로나 추경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기동민·진선미·박홍근·김성환 의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15 총선이 5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권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주장이 확대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총선을 아예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처음 제기됐다. 실제로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자들도 '코로나 공포'로 인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정당들의 공천심사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4·15 총선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1일 공개적으로 정부에 추경 편성을 요청했다. '코로나 쇼크'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에 여당 '투 톱'이 동시에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요구한 것이다. 이낙연 위원장은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처음으로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추경 편성도 준비해야 한다"면서 "야당 지도자들은 세금을 쓰지 말라던데, 세금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선 "정부가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일정으로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최근 선거운동 차원에서 이 위원장이 방문했던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확인되면서 직접 검사를 받은 것이다.
이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영남 지역 선대위원장인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위원장이 긴급 추경 편성을 촉구했는데, 당정은 민생 보호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추경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 "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추경 편성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는 추경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추경이 11조원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10조원을 넘기는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본격적으로 '코로나 추경'을 추진하면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급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역이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날 종로구 낙원동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당이 추경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필요성 있는 추경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를 빌미 삼아 또다시 혈세를 쏟아부을 생각은 당장 접어야 한다"고 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가 2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코로나19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치권 일부에서는 '총선 연기론'도 등장해 주목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안일한 인식이 코로나 문제를 키웠다"며 "무엇보다 '경계' 상태인 감염병 위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 필요하면 4·15 총선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연기는 아직까지 소수 목소리이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다음달에도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계속 확산되면 '총선 연기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 후보들의 선거운동도 '코로나 공포'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대면 접촉이나 공개 행사를 통한 유권자 접촉이 어렵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유권자를 만나도 악수 등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고개만 숙여 인사하거나 주먹을 부딪치는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는 풍경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한편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코로나 태풍'의 진원지인 대구·경북 지역 공천자 면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야당에 반드시 호재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 프레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르게 진정되면 위기 대응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정부와 여당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손일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