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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文, 시진핑 방한 러브콜···모호한 中 "전염병 전쟁 승리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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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상반기 시 주석 방한 변함없이 추진"

중국 외교부는 "전염병 전쟁 승리 뒤에…"

정부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을 강하게 추진하는 모양새다. 21일 외교부 당국자는 시 주석의 방한 시기와 관련해 “방한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외교 당국 간 조율하기로 했다”고 재차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날 한ㆍ중 정상이 신종 코로나 사태 등과 관련해 통화했으며 “두 정상이 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에 대해 변함없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시 주석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코로나19와 싸우는 것에 위문과 지지를 표해주셔서 깊이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한 것은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정상 간 교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 복병에도 방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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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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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말 ‘한·일·중(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차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난 뒤 “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그 뒤 방한 성사를 위해 적극 뛰고 있다. 이는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중국 고위급 방한으로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지난해에도 시 주석 방한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대신 12월 초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방한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예상치 못한 ‘감염병 복병’을 만나게 된 셈이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만큼 국내에 반중 정서가 일고 있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줄기차게 시 주석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 외교 전략 차원에서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말 부터 청와대ㆍ외교부 각급에서 거의 매달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하고 있어서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지난 15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MSC)에서 중국 왕 부장을 만났을 때도 정상급 교류 문제가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중국, 방한 ‘몸값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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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현재 국제정세는 일방주의, 그리고 강권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문 대통령 앞에서 미국을 비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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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 자체는 물론 ‘상반기’라는 시기에 대해서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내용을 서면으로 전하면서 시 주석이 “전염병 극복 이후 양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해석에 따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잡힌 뒤에야 방한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빨라야 5~6월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도 이런 중국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중국 현지 언론들은 시 주석의 상반기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거의 확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모호하게 두는 것은 미ㆍ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의 이해 관계에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한 마디로 중국은 시 주석이 한국에 가면 ‘한국이 뭘 줄 수 있느냐’를 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4~5일 방한했던 왕이 부장은 ‘한국에 와서 미국을 때렸다’고 할 만큼 미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고 갔는데, 이것이 ‘시 주석의 예고편’이라는 시각이다.



“한국이 얻는 것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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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닌달 17일부터 미얀마 방문에 나섰다. 미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일대일로 전략 추구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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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중국이 방한 자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만큼 민감한 현안을 한국에 요구할 것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며 “시 주석 방한으로 얻는 한국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 주석 방한을 통해 중국이 한국에 입장을 요구할 현안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다국적 항행의 자유 작전 참여 여부 ▶화웨이 문제로 대표되는 5세대 이동통신(5G) 국제 표준 관련 미ㆍ중 사이 선택 ▶홍콩ㆍ신장 위구르ㆍ대만 등 민주주의ㆍ인권 문제 ▶미국의 중거리핵미사일전력(INF) 탈퇴에 따른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관련 한국의 입장 등이다.

이처럼 중국의 요구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진영 선택의 문제라면, 한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것들은 한한령(限韓令)ㆍ단체관광 제한 해제나 대북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강조 등으로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 방한에 앞서 미국과의 조율 단계가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중국에 이를 보여주는 차원에서라도 시 주석의 방한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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