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찰청 순회…수사·기소 분리 질문엔 즉답 피해
검사·수사관 등과 간담회 "공판중심주의 맞춰 수사 체계 변화 필요"
광주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국 검찰청 순회에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광주고검과 지검을 방문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 등을 묻는 말에 즉답을 피했으나 직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5·18의 역사적 의미를 새기고 현재 진행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광주지검 청사에 도착해 박성진 광주고검장,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 검찰 간부들과 가볍게 악수했다.
문 지검장은 앞서 검찰총장 지시에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결재하지 않았다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광주 찾아온 윤석열 검찰총장 |
윤 총장은 본인을 환영·규탄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린 것과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고 2003∼2005년 광주 근무 시절 이야기만 짧게 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윤 총장은 "15년 전 이 자리에서 전출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청사나 주변 건물도 그대로여서 반갑다. 나머지 이야기는 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까지 도보로 이동해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과 박병칠 광주지방법원장을 예방했다.
윤석열 면담 요구하는 5·18 어머니들 |
이동 과정에서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 5명이 윤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 총장 일행은 법원에서 나올 때는 승용차를 이용해 100여m 거리의 검찰청사로 돌아왔다.
오월 어머니들은 광주에서 진행 중인 전두환 형사재판을 언급하며 "국가폭력 피해자로서 검찰 수장인 윤 총장에게 5·18에 대한 견해를 묻고 싶었을 뿐"이라면서 검찰청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윤 총장은 1시간 30분 넘게 비공개로 직원 간담회를 한 뒤 오월 어머니들이 있는 검찰청사 현관이 아닌 다른 경로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직원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검사·수사관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정신을 깊이 새기고 현안 사건 공소 유지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구두 변론주의 강화 등 사법 개혁과 최근 형사법 개정 방향에 맞게 수사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재판을 준비하도록 검사실 업무를 과감하게 바꿔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은 윤 총장이 부산지검·고검 방문에서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총장은 부산에서도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된 사법 개혁 방향에 맞게 재판 준비 절차인 수사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수사와 소추(기소)는 결국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하는 사람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윤석열 '환영과 비판' |
이날 검찰청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거나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며 한때 마찰을 빚었다.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인 자유연대 관계자 5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윤석열 총장 환영대회'를 열고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침을 규탄했다.
맞은 편에서는 시민활동가와 주민 30여명이 오후 1시부터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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