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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저라는 낯선 배우 선택한 감독, 낯설지 않게 영화 봐주신 관객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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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오스카 4관왕 ‘기생충’ 제작진, 배우, 감독 귀국 기자회견…“코피 흘리며 모두 열정으로 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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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소담, 송강호, 봉준호 감독, 곽신혜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왼쪽부터)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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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세계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건 제가 아니라 타인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스스로 참으로 작아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 시간이었어요.”(송강호)

“‘괴물’이나 ‘설국열차’ 때는 모두 SF적 요소가 많았는데, 이번엔 우리 이웃에서 볼 법한 얘기들을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 나게 표현한 현실 기반의 영화여서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정성스레 만들어보자, 그게 전부였던 셈이에요.”(봉준호 감독)

1년 전 영화 ‘기생충’ 제작발표회가 열린 그 자리에서 ‘오스카 트로피’의 주역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다시 모여 ‘오스카 수상’ 후일담을 들려줬다. 1년 전 ‘긴장’은 1년 후 ‘여유’로 바뀌었고 배우, 스태프, 제작사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는 수상 이후 인기를 증명하듯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힘겨운 ‘오스카 캠페인’을 마친 소감에 대해 “다른 경쟁작들이 거대한 물량으로 승부할 때 우리는 코피 흘리며 열정으로 뛰었다”며 “그 과정에서 느낀 건 거장 감독들이 물량을 앞세우면서도 자기 작품을 이런 식으로 밀도 있게 검증한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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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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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이어 “오늘 아침 마틴 스코세지 감독에게 편지 한 통을 받았다”며 “다 소개할 수 없지만, 마지막 문장에 ‘그간 수고했고 이제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고 적어 빨리 일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웃었다.

영화 ‘옥자’가 끝났을 때 번아웃(극도의 육체적·정신적 피로) 판정을 받았다는 봉 감독은 ‘기생충’을 시작할 땐 없는 기세에 영혼까지 긁어모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오스카 ‘각본상’을 봉 감독과 공동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극 중 ‘기우’와 비슷하게 살았다”며 “시나리오는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우들의 ‘감격’도 잇따랐다. 가사도우미 문광 역으로 출연한 이정은은 “‘기생충’ 촬영 시작할 때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 한번 가야 하지 않나’하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게 현실로 이어졌다”며 “영화를 잘 찍으니 세계가 알아준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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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대화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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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장 역의 이선균은 “오스카 투어 내내 벅참을 느꼈는데, 벅찰 때 눈물이 날 수 있구나를 실감했다”며 “편견 없이 응원해 준 아카데미 회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기택 아내 역의 장혜진은 “저라는 낯선 배우를 흔쾌히 써주신 감독님에게 감사드리고, 낯설지 않게 이 영화를 봐주신 관객분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위상으로 할리우드 진출 기대감을 묻자, 배우들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대체로 ‘다짐’했다. 송강호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러브콜이 와 줬으면 좋겠다. 13개월째 일이 없다”고 ‘시의적절’한 농담을 던졌다.

이어 “‘칸 영화제’ 때 내가 너무 과도하게 얼싸안는 바람에 봉 감독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며 “‘하지만 오스카’ 때 자세히 보면 내가 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갈비뼈를 피해 얼굴 위주로 뺨을 때리거나 뒷목을 잡는 행위들”이라고 말해 좌중의 배꼽을 낚아챘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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