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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뮤직 토크] Dar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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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부 교수.


‘21세기 최고의 래퍼’ 에미넴(Eminem·사진)이 지난 1월 싱글 ‘Darkness’를 발표했다. 음악페스티벌 공연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에서 관객들에게 가한 무차별 총격으로 인해 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이 곡에는 두 명의 화자(話者)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어두운 방에서 곧 시작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에미넴 자신이고, 두 번째는 술과 탄약이 가득한 호텔 방 안의 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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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 [사진 엑세스이엔티]


무대에 서기 직전의 에미넴과 술에 취해 뭔가 비극적인 일을 저지를 분위기의 남자 이야기가 교차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쌓아 올려 가던 이 노래는 후반부의 총성 소리 이후 실제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 속보가 흐르며 두 번째 화자가 총격 사건의 범인임을 드러낸다. 이어 과거에 발생했던 다른 총기 난사 사건들의 당시 보도 내용이 겹쳐지며 노래는 마무리된다. 샘플링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명곡 ‘The Sound of Silence’를 사용했는데, 이는 ‘어두움’을 주제로 만든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탄탄한 내러티브를 가진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 말미에 에미넴은 미국의 총기 소지를 비판하고 규제 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띄운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냉소적인 풍자와 블랙 유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 온 젊은 시절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25년 차 중년 래퍼 에미넴이 선택한, 나이와 경력에 걸맞은 묵직한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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