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부 교수. |
‘21세기 최고의 래퍼’ 에미넴(Eminem·사진)이 지난 1월 싱글 ‘Darkness’를 발표했다. 음악페스티벌 공연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에서 관객들에게 가한 무차별 총격으로 인해 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이 곡에는 두 명의 화자(話者)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어두운 방에서 곧 시작될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에미넴 자신이고, 두 번째는 술과 탄약이 가득한 호텔 방 안의 한 남자다.
에미넴. [사진 엑세스이엔티] |
무대에 서기 직전의 에미넴과 술에 취해 뭔가 비극적인 일을 저지를 분위기의 남자 이야기가 교차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쌓아 올려 가던 이 노래는 후반부의 총성 소리 이후 실제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 속보가 흐르며 두 번째 화자가 총격 사건의 범인임을 드러낸다. 이어 과거에 발생했던 다른 총기 난사 사건들의 당시 보도 내용이 겹쳐지며 노래는 마무리된다. 샘플링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명곡 ‘The Sound of Silence’를 사용했는데, 이는 ‘어두움’을 주제로 만든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탄탄한 내러티브를 가진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 말미에 에미넴은 미국의 총기 소지를 비판하고 규제 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띄운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냉소적인 풍자와 블랙 유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 온 젊은 시절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25년 차 중년 래퍼 에미넴이 선택한, 나이와 경력에 걸맞은 묵직한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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