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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철새’ 블룸버그,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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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억 달러 막대한 자산 지렛대 삼아

총기규제·환경 문제 등 진보의제 중심

자선단체 기부·선거 때 의원 후원하며

뉴욕시장 퇴임 이후 정치력 확대나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 ‘중도’ 이미지 부각

이번 대선도 4억달러 역대급 물량 공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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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돈으로 선거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국민은 억만장자들이 선거를 매수하는 것에 신물이 나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유력 후보들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향해 일제히 비판 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후보들은 블룸버그를 향해 티브이(TV) 광고 물량 공세 뒤에 숨어 있지 말라며,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여성 비하, 유색인종 차별 논란을 해명하고 월가 규제나 부유층 과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본격 등판하기도 전에 블룸버그를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견제하는 모양새다.

실제 블룸버그는 지난주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평균 14.2%의 지지를 받아 버니 샌더스(23.6%), 조 바이든(19.2%)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베팅 사이트에선 블룸버그가 민주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뽑힐 가능성이 33.4%(16일 기준)로 높아졌다. 바이든을 밀어내고, 샌더스(40.3%)에 이어 2위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경선 무대는 물론 단 한차례 티브이 토론회에도 나서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겨레

아이오와·뉴햄프셔에서 두 차례 경선을 거치며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가 부상하자, 민주당 주류 쪽에서 ‘중도’의 대안으로 블룸버그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블룸버그 현상’을 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블룸버그가 ‘민주→공화→도로 민주당’의 전력을 지녀 ‘철새 정치인’으로 당내 뿌리가 그다지 깊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새 정치인인 블룸버그가 민주당 대선 경선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었던 건, 다른 경쟁자들의 비판처럼 ‘돈’의 힘 덕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8위 부호인 블룸버그는 628억달러(7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든든한 재력을 기반으로 총기 규제와 환경 문제, 보건 이슈 등 다양한 중도·진보적 의제를 다루는 각종 공익단체와 자선활동에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수많은 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을 뿌렸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중도 정치인’ ‘민주당 간판 정치인’으로 탈바꿈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고 지난 15일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는 2013년 뉴욕시장 퇴임 이후, 자신의 이름으로 설립한 정치자금 후원단체 ‘인디펜던스 유에스에이’와 미디어 그룹 ‘블룸버그 엘피(L.P.)’, 비영리 자선단체 ‘블룸버그 가족재단’ 등을 중심으로, 전국 각 시·주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선 및 정치인 후원 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시·주의 교육위원회부터 상원에 이르기까지, 그의 입김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신문은 설명한다.

블룸버그는 특히 2018년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에 1억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후원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테리 매콜리프 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은 “확실한 건,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블룸버그보다 중요한 후원자는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33억달러를 기부한 것을 비롯해 주로 자선단체를 중심으로 그가 기부한 돈은 1997년 이후 최소 1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출마 선언을 한 2019년엔 각종 자선단체 등에 대한 후원금이 33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직전 5년 동안의 후원금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다. ‘기부’ 선행이 그의 정치적 야심과 깊게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구축한 ‘인맥’은 대선에 나선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블룸버그 출마 선언 직후, 그의 자선재단 소속 직원 50여명이 대거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이들은 블룸버그의 자금 지원을 받았던 각 시와 주를 돌면서, 블룸버그 지지에 동참해달라고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 결과, 마이클 너터 전 필라델피아 시장과 매니 디아즈 전 마이애미 시장 등이 바이든 지지 선언을 철회했고,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과 샘 리카도 새너제이 시장,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 미키 셰릴 하원의원 등이 블룸버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2018년 중간선거 당시 블룸버그가 정치자금을 지원했던 의원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 지지 선언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억만장자 출신 후보들이 대선판을 흔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는 억만장자 출신 후보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많은 돈을 이번 선거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인 슈퍼볼 생중계 때 60초짜리 중간광고에 1100만달러를 투입한 것을 비롯해 석달 만에 사비 4억1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블룸버그는 특히 경선 본격 등판일이 될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샌더스를 정조준한 광고 포화를 날리며, ‘일대일 구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광고는, 다른 민주당 주자들을 공격하는 샌더스 지지자의 트위트나 사진, 영상 등과 함께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시민적 담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하다’는 샌더스의 육성 메시지를 함께 편집하며, “진짜?”라고 묻는 내용이다. 샌더스 극성 지지자들의 배타성이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두 후보 간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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