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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與지도부 아닌 이낙연 ‘대리 사과’… 임미리 “유감이나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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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만 빼고’ 고발건, 李 사과에도 여진

세계일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내정자(전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의 필자인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해당 칼럼이 실린 경향신문을 고발했다 취하한 사건으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아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리 사과’를 했다. 물론 이 전 총리가 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내정자 자격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지만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어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17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교수 고발·철회 건과 관련해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하겠다, 당도 그렇게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개인적 차원의 사과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면서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에 내정된 사람으로서 (사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 고발 논란에 대해 민주당 주요 인사 중 사과 발언을 한 건 이날 이 전 총리가 처음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해당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민심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임 교수 등에 대한 고발장을 이해찬 대표 명의로 냈음에도 이 대표나 다른 지도부의 별도 사과 발언은 없었다. 이날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임 교수 고발 논란과 관련한 별도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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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월29일자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 경향신문 캡쳐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 투쟁한 정당”이라며 “임 교수의 성명이 아프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지속적으로 소통·공감하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애쓰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던 임 교수는 이날 이 전 총리의 사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교수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민주당 당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는 것은 유감이나, 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 전 총리와 남 최고위원의 발언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이어 “민주당이 촛불혁명의 의미와 제 칼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되새겼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서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시끄럽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민주당에 “더 많은 의견을 듣고, 더 많은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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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남정탁 기자


이번 논란은 임 교수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해당 칼럼에서 “(민주당이)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민주당이 이 대표 명의로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본지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민주당 안팎에서 “부적절한 고발”이라는 거센 비판이 잇따랐다.

표면적으론 이날 이 전 총리의 사과와 임 교수의 수용으로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이나, 논란의 여파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지지자들이 임 교수의 칼럼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연이어 신고하는가 하면, 반대 진영에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이 대표를 고발한 일도 있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내에서도 아직 임 교수의 칼럼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 교수 칼럼을 두고 “졸렬한 내용이 꽤 있다”며 “‘민주당만 빼고 다 찍어라’ 이런 칼럼이 과연 정상적인 칼럼이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지적하고 싶다”라고 주장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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