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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채용비리·권한 남용 쏟아지는 의혹…과학창의재단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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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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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18년 12월 안성진 이사장 취임 후 1년여 만에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안 이사장과 측근들의 무소불위 전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부 반발 기류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6월에는 직원 중 93% 찬성으로 노조까지 생겼다.

안 이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A 전 경영기획단장과 B 전 기획평가실장, C 경영지원실장 등을 핵심 경영진으로 발탁했다. A 전 단장과 B 전 실장이 안 이사장 측근으로 급부상하면서 재단 일각에서는 이들을 '문고리 2인방'으로 부르기도 했다.

A 전 단장은 안 이사장과 같은 성균관대 동문으로, 창의재단 이사장 공모 당시 안 이사장이 선임될 수 있도록 재단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안 이사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이사장 취임 직후 기획평가실장으로 승진한 B 전 실장은 당시 성균관대 교수였던 안 이사장이 이사장 공모 당시 제출한 공적서를 대필한 의혹도 받고 있다.

창의재단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이사장 취임 후 10여 명의 간부 중 80% 이상이 전격 교체됐다. 창의재단 관계자는 "실세들과 가까이 지내야 승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안 이사장 취임 초기에 보직에서 해임됐다가 뒤늦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다시 보직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A 전 단장과 B 전 실장이 그간 인사·징계권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간부들을 물갈이해왔다는 것이다.

이들 문고리 2인방에게 밉보인 사람들은 가차 없이 보직에서 해임됐다는 게 창의재단 일각의 주장이다. 지난해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D 전 종합연수원장은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당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해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E 전 창의융합연구단장은 외부 기관으로 파견 조치됐고, 또 다른 기존의 단장급 간부 2명은 퇴사했다. 창의재단에 따르면 안 이사장 취임 후 퇴사한 직원만 1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창의재단 측은 "간부 임명은 앞서 징계 받았던 자들을 제외하고 남은 대상자 중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안 이사장은 채용 비리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안 이사장이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의 전주교대 F교수를 재단 단장급 인사로 채용하도록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A 전 단장은 안 이사장 지시로 F교수가 채용되도록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경인교대 G교수에게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새로 채용된 수습 직원들도 이례적으로 정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창의재단 인사규정 제9조에 따르면 신입 직원의 의무 수습 기간은 6개월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정규직으로 채용된 신입 직원 중 한 명은 무려 5차례 수습이 연장돼 2년 가까이 수습사원 신분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근무 성과가 부실하거나 근무 태도가 부적합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3개월 단위로 수습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무 수습 기간의 2배가 넘는 기간 동안 수습 생활을 시키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경영진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나눠준 황금색 재단 배지도 직원들을 계급으로 나눈다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간부들에게는 황금색 배지를 준 반면 일반 직원들에게는 빨간색, 파란색 등 일반 색깔의 재단 배지를 나눠주고 근무 시 간부와 일반 직원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항시 착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창의재단 관계자는 "일종의 '계급장 배지'로 낙인찍기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창의재단 측은 "간부들 격려 차원에서 나눠준 것으로 진짜 금도 아니고 두 종류의 단가 차이는 80원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1월 문제 제기 후 즉시 같은 색상으로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안 이사장은 최근 창의재단이 업무용으로 직원들에게 대여해주기 위해 구입한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1'도 독점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래 업무용으로 구입한 공용 휴대폰은 재단 내 전산 시스템인 '과학지식통합시스템(SKIS)'에 등록돼 누구나 대여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재 아이폰11 기종만 대여 신청이 불가능한 상태다. 직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관리자는 "안 이사장이 사용 중이니 모른 척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전 단장은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H업체에 수년간 일감을 몰아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추진한 '2019년 교육기부 포털 운영 사업'(예산 3800만원)에 H업체가 입찰되도록 경쟁 입찰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프레젠테이션 평가에서 다른 경쟁 업체가 더 좋은 점수를 얻은 상황이었는데 A 전 단장이 H업체가 규모가 크고 잘 한다며 적극 추천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고 전했다. A 전 단장은 과거 교육기부·자유학기지원실장을 했던 이력이 있다.

창의재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H업체가 수주한 창의재단 사업은 총 13건으로 전체 규모는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A 전 단장은 자신과 함께 한국영재교육학회에서 활동해온 교수들에게 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단 내 사업 관계자들은 "이러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안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둘러싸고 1년이 넘도록 각종 의혹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재단의 I감사부장이 의도적으로 자리를 비우는 등 조직적인 감사 방해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재단 측에 중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는 기관 고유사업에 대한 감사였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5월 창의재단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나치수 창의재단 비상임감사는 "지난해 감사 방해 문제로 당시 I부장 등 감사부 직원이 교체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5월에 예정된 종합감사는 안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특정한 감사가 아니라 그간 계속 제기됐던 의혹을 포함해 기관과 관련한 전반적 내용을 감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의재단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일일이 해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재단은 지난 2018년부터 재무관리실을 통해 모든 선정평가를 사업부서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모든 사업 선정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또 안 이사장을 후보 시절부터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 B 전 실장은 "안 이사장의 당선을 미리 알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송경은 기자]

[반론보도] 「채용비리·권한 남용 쏟아지는 의혹…과학창의재단에 무슨 일이?」 관련

지난 2월 18일자 '채용비리·권한 남용 쏟아지는 의혹…과학창의재단에 무슨 일이?'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A 전 경영기획단장은 “다수의 간부들이 교체된 것은 안성진 이사장 취임 후 내부 조직 개편에 의한 것이고 특정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F교수가 창의재단의 단장급 인사로 채용되는 데 있어 심사위원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채용을 청탁한 바 없고,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창의재단의 모든 사업체 선정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재무관리실이 주관하고 심사위원은 5000여 명의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경영기획단장이 업체 평가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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