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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신선하고 새로워! 드라마 ‘관성’ 깨는 신인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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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블랙독’ ‘머니게임’…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인 시도

눈 높아진 시청자들 열광시켜

자체 제작 나선 종편·케이블에

‘작가 기근’ 현상이 기회로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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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가여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15일 종영한 이신화 작가의 데뷔작 <스토브리그>(에스비에스)의 성공을 두고 한 지상파 출신의 프리랜서 드라마 피디는 말했다. <스토브리그>는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야구의 세계를 조명해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드라마는 팬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에 잘 만들어지지 않는데, <스토브리그>는 선수가 아닌 뒤에서 일하는 프런트를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대중성을 확장했다. 능력 있는 단장이 적폐에 맞서 조직을 개혁해가는 내용은 야구계가 아니라도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피디는 “실패 가능성이 커 기성 작가는 잘 시도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신인 작가이기에 겁 없이 달려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관성에 젖지 않고 스포츠에 대중적 감성을 적절히 섞은 작품을 만들어 성공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신화 작가는 대학에서 작가 공부를 했고, 군 전역 뒤 <지식채널이(e)> 등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보조 작가로 일하다 <스토브리그>로 2016년 <문화방송>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편성이 되지 않다가, 3년 만인 2019년 12월13일 첫선을 보였다. 공모 전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스토브리그>는 5년 만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신화 작가는 제작사를 통해 “성공 사례가 없는 야구 소재 대본에 믿음을 갖고 기다려준, 망하더라도 만들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말로 용기를 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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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 작가뿐만 아니라, 요즘은 자기 색깔이 뚜렷한 신인 작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만드는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가 많다. 지난 4일 끝난 <블랙독>(티브이엔)은 기간제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를 모았다. 그간의 학교 소재 드라마가 주로 학생에게 초점을 맞춘 ‘학원물’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선생님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담아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박주연 작가도 씨제이이엔엠의 신인 작가 양성 프로젝트 ‘오펜’ 1기 출신으로, 이 작품이 첫 장편이자 단독 집필작이다. 지난 11일 끝난 <검사내전>(제이티비시)의 서자연·이현 작가, 지난해 12월24일 종영한 <브이아이피>(VIP)를 쓴 차해원 작가 또한 신인이다. 현재 방영 중인 금융비리 소재의 <머니게임>(티브이엔) 이영미 작가 역시 드라마는 처음이다.

신인 작가가 활약하는 분위기는 오래전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코미디나 멜로 장르에 한정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인 작가들이 더 새롭고 디테일한 소재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면서 드라마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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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름값보단 작품성에 열광하는 최근의 분위기가 신인 작가들에게 판을 깔아줬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등 오티티를 통해 볼거리가 늘어나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접하면서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은 더이상 뻔한 줄거리의 드라마에 몰입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과 비슷한 시기 방영된 이경희 작가의 <초콜릿>과 한지훈 작가의 <99억의 여자>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반면, 신인 작가들은 기존 성공 법칙만 좇지 않고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내세우며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파고들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또 다른 케이블방송사 드라마 피디는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 시청률은 높았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 등 박지은 작가의 전작을 배경만 바꿔 그대로 답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사도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면서 ‘작가 기근’ 현상이 벌어지는 점도 신인들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 씨제이이엔엠이 신인 작가를 양성하는 ‘오펜’을 운영하고, 제작사들도 자체적으로 신인 작가 극본 공모를 하는 등 기존 지상파 극본 공모 외에 다수의 데뷔 기회가 생긴 점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2년 전 지상파가 아닌 다른 극본 공모에 당선돼 드라마를 준비 중인 한 신인 작가는 “자신만의 장기를 내세워 성공한 신인 작가들의 사례가 오랜 준비 기간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됐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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