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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단독] '北이스칸데르' 쏜 그때, 軍감청장비 캐나다 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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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 무산했을 때 즈음

석달 간 캐나다 제조사로 보내 고쳐와

북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놓쳤을 수도

지난해 초 군 당국이 운용하는 핵심 정보 수집 장비가 몇달 간 먹통이 됐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장비는 해상에서 북한의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하는 해상 감청 장비다. 또 고장이 난 시점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지난해 2월 즈음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대북 정보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25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참관했다고 그해 7월 26일 보도했다. '신형 전술유도무기'라는 표현은 같은 해 4월 15일 시험 발사 때도 나왔다. 그런데 일각에선 군 당국이 당시 북한의 시험발사를 사전에 제대로 포착하지 못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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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이 지난해 초 해상 감청 장비의 핵심 부품을 캐나다로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상 감청 장비의 주요 부분은 사실상 캐나다 제품이어서 해당 부품을 고치려면 제조사인 캐나다로 보내야 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핵심 부품을 캐나다에서 되돌려 받은 3개월 남짓 해상 감청 장비를 가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상 감청 장비는 수리를 마쳐 군 당국이 정상적으로 정보 수집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진상 조사에 착수한 뒤 관리 소홀ㆍ정비 불량이 원인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이 장비는 도입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며 “군 일각에선 캐나다 제품이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상 감청 장비는 도입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2015~17년 비닉(秘匿ㆍ비공개 예산으로 도입하는 무기) 사업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군 간부가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한 게 들통났다. 당시 특정 업체에게 해상 감청 장비 도입 사업을 몰아주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들 간부는 징계를 받는 선에서 그쳤다고 한다.

해상 감청 장비가 멈추는 동안 북한은 지난해 4월 17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 이 무기 시험 발사 소식은 다음 날 북한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후 무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분석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같은 해 7월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단거리 미사일(KN-23)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불렀다. 군 소식통은 “군 당국이 당시 사전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둥지둥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상 감청 장비의 부품이 고장 나 지난해 캐나다 제조사로 보낸 사실이 있다”면서도 “이 때문에 장비를 운용하지 못한 건 아니며 대북 정보 수집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과거에도 일부 비닉 사업을 통해 작전 요구 성능(ROC)에 미치지 못하는 무기를 사들이는 사례가 있었다”며 “보안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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