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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정의당 비례 경선 열기 뜨겁지만 ‘이력서 선거’로 흘러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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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후보 등록자 역대 최다]

시민선거인단도 9만2500명 신청, 권리당원 3만6천명 크게 웃돌아

“선거인단 90% 이상이 후보들이 죽기살기 모은 사람들”

[정책보다 이력·경력이 좌우할 수도]

노조 기반 후보 ‘과대 대표’ 우려

20년 동고동락 당직자 그룹 몇 명이나 본선 진출할지도 관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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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부분 도입으로 당원과 지지층이 탄탄한 소수정당의 의석수가 눈에 띄게 늘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선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등록자가 역대 최다 인원을 넘어서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처음 도입한 시민선거인단도 참여자가 10만명에 근접했다. 하지만 후보자끼리 선거인단 모집 경쟁이 과열되면서 진보정당의 비례대표 선거가 기성 정당의 ‘이력서 선거’ ‘조직 선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선거인단 90%는 후보들이 죽기 살기로 모아”

정의당은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반영하던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제도를 지난해 변경했다. 당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시민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해 권리당원 투표(70%)와 시민선거인단 투표(30%)를 합산해 비례대표 후보자를 뽑기로 한 것이다. 17일 종료되는 시민선거인단 모집에는 지금까지 9만2500여명이 신청했다. 권리당원 수가 3만6천여명 수준인 정의당으로선 기대치를 넘어서는 큰 수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거인단이 후보들이 조직과 연줄을 동원해 끌어온 이들이라는 점에서 선거가 끝난 뒤 당의 조직 자산으로 남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 비례대표 예비후보는 “지금 선거인단은 90% 이상이 후보들이 죽기 살기로 모아온 사람일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경선이라면 유권자에게 내가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를 설득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이력·경력만 읊어대는 ‘이력서 선거’가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오는 18~20일 정식 후보 등록을 받고 다음달 1일부터 온라인 투표에 돌입한다. 후보 등록 뒤 투표까지 주어진 기간이 9일에 불과한 셈이다.

■ 조직노동 세력 과대대표 우려도

노조의 지원을 받는 후보들이 무더기로 당선돼 조직노동자 집단의 이해가 과대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례대표 예비후보는 “당원의 지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엔 ‘얼마나 시민선거인단을 많이 끌어오느냐’의 싸움이다. 노조 기반이 있는 후보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노조 출신으로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홍우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박인숙 전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염경석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치위원장, 박창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 등이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노조 조합원 4만~5만명이 시민선거인단에 조직적으로 가입했다는 얘기가 돌지만, 당 관계자는 “가입 때 소속을 따로 기재하지 않아 규모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진보정당 산증인 당직자 그룹의 운명은

조직 노동의 지원을 받는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원내 진보정당의 뿌리인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20년 넘게 당과 함께해온 당직자 그룹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강상구 전 대변인과 김종철 전 원내대표 비서실장, 신장식 전 사무총장, 정호진 전 대변인 등 40대 후반 당직자 그룹이 그들이다. 모두 1990년대 학번으로 진보정당에서 대변인을 지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비례대표 후보는 다음달 6일 개표를 거쳐 7일 전국위원회 인준으로 후보가 최종 확정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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