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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NGO 발언대]권리를 더는 포기당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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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지난 2월7일 입학을 포기했다. 여자대학이라는 공간에 트랜스젠더 여성의 진입이 비트랜스젠더 여성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혐오와 극심한 반대 속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당사자에게 학교 생활이라는 ‘일상’은 싸우고 지켜야 하는 ‘현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경향신문

발달장애학생의 특정 행동이 불안하고 위협적이어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겹친다.

비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침해당하고, 안전이 위협당한다는 주장과 장애학생의 정당한 교육권을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 여론과 교육기관은 권리 간 충돌로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만 강조했다. 이러한 현실은 상대방을 탓하며 피해의 강도를 다투게 만들어 구조적인 한계를 바로 짚기 어렵게 한다.

청소년에게 강요되는 규범으로 학생의 삶을 가두려는 학교에서 과연 모든 청소년의 교육권,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학력 중심의 경쟁 구도에서 도태되는 것은 장애학생뿐일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관계를 쌓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낯섦이나 두려움과 마주할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지금의 학교는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작년에 반대 세력에 부딪혀 철회한 연세대 젠더인권 의무화 교육 같은 시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유지되는 구조가 변화해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왜 존재를 심문하는가.

트랜스젠더 여성은 ‘진정한 여성이 아니다’라는 일부 비트랜스젠더 여성들의 혐오적 발언은 사회적으로 ‘여성’을 규정하거나 억압하는 제도적 범주와 규범들을 소환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여성과 남성으로 이원화된 세계에서 그동안 인간의 권리라는 것이 얼마나 배타적으로 적용되어 왔는가. 여성의 권리는 그 세계를 부수고 흔들며, 인간의 자격을 의심받던 이들과 전진해오지 않았는가.

장애여성은 오랫동안 더 보호받아야 할 여성으로 구분되었지만, 구분하는 권력이 바로 배제의 조건을 만드는 폭력이었다. 안전한 공간이라는 허구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여전히 합리화한다.

그러나 장애여성 운동은 갈등과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실패 속에서 안전할 권리를 확장해 왔다. 그 과정에 수많은 페미니스트 동료들이 함께해 오고 있다. 종종 우리는 서로를 이질적이라고 느끼지만, 인간은 누구나 다르다는 사실이 안도하게 한다.

누군가 포기해 왔고, 앞으로도 포기될 수 있는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각자가 서 있는 복잡한 현실과 구조를 마주하며, 특정한 범주를 강요하고 권리를 서열화하는 권력에 맞서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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