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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나는 아니다” 부정(denial)의 심리가 신종 코로나 확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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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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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에 걸린 환자들이 발열, 기침 등 이상증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를 활보한 것과 관련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특히 보건당국에 병증신고를 하기 전까지(21~24일) 서울 강남과 일산 일대를 무방비 상태에서 활보한 세 번째 확진자인 남성(54)에 대한 비판이 크다. 그는 22일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자 감기증상이라 생각하고 시판 감기약을 먹었다. 23일에는 열이 나자 해열제를, 오한증상이 추가로 발생하자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다 먹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했지만 자신이 이 병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 믿었을까.

심리학자들은 세 번째 확진자의 심리상태를 정신분석학 측면에서 진단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석학 이론에 따르면 세 번째 확진자는 ‘부정’(denial)의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사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바로 ‘부정’이다. 이 교수는 “부정의 방어기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발생하면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심리인데, 쉽게 말하면 ‘나는 아니다’(Not me)생각을 고집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부정의 방어기제는 의식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데 자꾸 부정을 하다 보면 진짜 현실이 아닌 ‘가짜’현실을 믿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확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이 아닌 감기 증상이라 믿으며 감기약을 복용한 것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 전문의들도 부정의 방어기제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라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이 정확해야 자신이 감염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 한다”고 말했다.

감염 전문의들은 일반 국민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은 물론 이상 증세가 있을 때 보건당국에 신속하게 신고를 해야 하는데 “설마, 내가?”라는 부정의 방어기제가 모두에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귀 교수는 “바이러스에 옮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쓰지만 거꾸로 남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내 자신과 가족, 사회를 위해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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