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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캄라바 소장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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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메흐란 캄라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 캠퍼스 국제·지역학연구소장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한 호텔에서 만난 메흐란 캄라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 캠퍼스 국제·지역학연구소장은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지 않았다(irrelevant and unnecessary)”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지난 20일 아덴만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페르시아만까지 확대해 독자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로 한 것이 알려진지 이틀 뒤다.

캄라바 소장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파병을 했을 수 있지만, 지역 상황으로만 보면 (파병) 조치가 필요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과 일본이 아덴만에 주둔한 부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방식으로 파병한 것은 (미국의 요구와 이란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했다는 점에서) 영리하다(clever)”고 말했다.

캄라바 소장은 “현재 억지(detterence) 상태에 들어간 미·이란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상당 부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달려있다”며 “지역에서 일관된 행동 방식을 보여주는 이란보다 예측불가능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캄라바 소장은 한국정부가 밝힌 것처럼 위기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더라도 이란군이 한국군을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태에서 보듯 우발적 사고 가능성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캄라바 소장은 이란계 미국인이다. 15세 때 이란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도하에 거주하는 그는 이란 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들의 여러 도시를 드나들며 지역 정세를 연구하고 있다. 수년 전 한국을 방문한 적 있는 그는 “한국정부와 한국인들은 이란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 관계 때문에 파병했다는 점을 이란정부와 이란인들에게 다각도로 알려야 한다”며 “그러면 이란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어떻게 보는가.

“필요하지 않았다(irrelevant and unnecesary). 상징적 조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으로서는 무인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이나 유조선 등 유조 시설을 공격하는 게 훨씬 저비용 고효율이다. 위협이야 할 수 있지만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까지 모두 그 지역에 파병을 하고 있지만 군사전략적으로는 비합리적 결정이다. 물론 미국은 파병을 원하고 있고 이것이 이유일 것이다.”

―한국정부에 자문했다면 파병을 안 하는 쪽으로 했을 것인가.

“한국 정부가 어떤 계산과 판단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재산정하고 싶어한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일 것이다. 한국 정부가 파병 결정을 했을 때는 (페르시아만 문제와 별개로) 다른 고려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이 페르시아만이 아니라 아덴만에 파병한 뒤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영리했다고 본다.”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 고조되던 긴장이 현재 잠잠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시 현상유지(status quo)인가.

“현상유지보다는 억지(deterrence)가 이 지역에 돌아왔다고 해야겠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40년 동안 계속돼왔고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수면 아래 긴장은 매우 팽팽하다.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현상유지로 돌아왔다고 볼 순 없다. 솔레이마니 제거 역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란 역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그런 일을 한다면 이란은 다시 대응공격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보복(tit for tat)이 계속되고 이것이 ‘뉴노멀’이 된다.”

―전반적으로 긴장은 높아졌다.

“그렇다. 미국과 이란만이 이 지역 행위자는 아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이란 대치 전선에서 서로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이것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 2, 3년간 이 지역에 관여하는 행위자들이 훨씬 도전적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가 모두 과거보다 활동적이고 도전적이며 새로운 비전을 가진 인물들이다.”

―2월에 이란 총선이 있다. 영향을 미칠까.

“아직 예측하기 이르다. 이란에서 대외정책은 의회, 대통령, 이슬람혁명수비대, 라흐바르(최고 지도자) 간 타협의 결과물이다. 이란에서 의회의장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자리이며 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집권시 의회의장은 매우 활동적이었고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반대로 하산 로하니 대통령 시절 의회는 대통령과 함께 갔다. 의회가 계속 대통령을 지지할지, 아니면 의사방해자(obstructionist)가 될지는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하는지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늘 위협을 가한 뒤 뒤로 빠지는 행동을 해왔다. 한반도에서 보이는 행동과 이란에서 보이는 행동 양식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란은 위협한다고 물러나지 않는다. 트럼프 전략은 이란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예측불가능한 행위자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선거와 탄핵 국면을 동시에 맞고 있기 때문에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탄핵 국면을 맞아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를 살해하고 이란을 공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반드시 그가 다시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에 한편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의 국내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우호적인가.

“아마도 그렇다. 소위 말하는 랠리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위기 국면에서 단기 대중 지지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이란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이란은 쉬운 목표물이다.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미국 사람들은 저녁 CNN뉴스를 통해 5분 동안 그 뉴스를 볼 뿐이다. 이란은 그런 점에서 좋은 공격 상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보다 더 문제라 보나.

“그렇다. 이란은 논리적인(logical) 행위자다. 미국이 위협하면 이란도 위협하고, 협상하자고 하면 협상할 것이다. 가장 큰 물음표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가 이 전략을 계속하면 이란이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넘어간 베트콩과 다르다.”

―한국군은 미군의 IMSC에 참여하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는 합류하게 돼 있다. 이란군은 이 경우 한국군을 공격할까.

“(고개를 저으며) 그럴 것 같지 않다.”

―파병 장병들의 가족들은 그래도 걱정할 것이다.

“파병으로 우발적 사고(accident)의 가능성이 늘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태를 볼 때도 그렇다.”

―이란과 한국도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다.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하나.

“외교 채널에서 이란은 유감을 표시할 것이다. 하지만 이란 정책결정자들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그들이 원해서 파병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란에 계속해서, 다각도로, 기회가 닿는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막후외교(behind the scenes diplomacy)와 공공외교(public diplomacy)가 모두 필요하다. 1.5트랙의 여러 채널이 동원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 외교장관이 이란 외교장관을 만날 수 있는 다자회의가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다각도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도하=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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