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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김인경의 亞! 금융] '적과의 동참'‥日지방은행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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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토은행, 지점통폐합하며 다른 은행에 지점 내는 '샵인샵' 결정

점포 줄이고 갤러리 만들고 음식점 내기도

"마이너스 금리에 '버는 힘' 없어..지역 고객 발굴 해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마이너스 금리에 직격탄을 맞은 일본 지방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기상천외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지방은행끼리 같은 지점에서 창구만 따로 두는 경우는 기본이고 은행 창구 바로 옆에 고급 음식점을 두고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라도 은행에 방문할 수 있도록 ‘미끼’ 전략을 펼치고 있다.

27일 일본 금융업계에 따르면 나라(奈良)현을 중심으로 지점 137개를 거느린 난토은행은 내년 6월까지 38개 점포를 줄이기로 했다. 남은 99지점에서도 30개 지점은 사실 지점이라 보기 힘들다. 다른 은행에 일정 비용을 내고 창구를 대여하는 ‘샵인샵’ 식이기 때문이다.

일본 지방에서는 ‘샵인샵’식 지점이 드물지 않다. 피이다홀딩스 산하의 지방은행인 쇼나이은행과 호쿠토은행 역시 토후쿠은행과 도쿄지점을 같이 쓰기로 했다. 응접실과 사무공간을 공유해 임대료라도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자칫 지점을 무조건 없앴다가 안 그래도 고객이 이탈할 수 있는 만큼, 지점을 줄이기보다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게 일본 은행권의 생각이다.

일본은행(BOJ)는 지난 2014년 10월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다. 침체된 경기를 어떻게든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와 맞물려 마이너스금리는 제조업 부흥에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하지만 국채를 중심으로 대형은행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율을 주며 예금 영업활동을 해온 지방은행의 수익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지방경기의 침체도 한몫했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하는데다 마이너스금리가 장기화하자 일본 지방은행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샵인샵’ 식 점포 외에도 각양각색의 점포도 늘고 있다. 이달부터 도쿠시마현을 기반으로 하는 아와은행은 본점 4층의 60%를 갤러리와 공유 오피스로 제공하고 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은행에 볼일이 없는 사람들도 하루 평균 1500명 가까이 방문한다.
이데일리

아와은행이 제공하는 갤러리 공간[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


야마구치파이낸셜그룹이 운영하는 야마구치은행은 지난해 7월 야마구치현 나가토시 유야 지점에서 스페인 음식점을 열었다. 이 음식점은 야마구치현에 특산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야마구치은행 유야지점은 2층 건물 모두 은행창구였다. 하지만 방문객이 감소하자 업무 공간을 줄였고 1층의 절반에 스페인 음식점까지 연 것이다.

요시무라 타케시 야마구치파이낸셜그룹 사장은 “지역 식재료 사용으로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늘리는 것은 물론 통폐합을 최소화하려는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경영난으로 결국 대형 금융업체의 품에 안기는 지역은행도 있다. 지난해 11월 후쿠시마은행은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인터넷 기반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 SBI홀딩스에 지분 20%를 매각했다. 시마네은행 역시 SBI홀딩스의 자본 25억엔(266억원)을 받아들였다.

일본 지방은행들의 각자도생은 우리 금융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한국 역시 기준금리가 계속 인하되며 이자수익이 감소하는데다 지방경기 침체까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방은행을 지탱해오던 영업망도 비대면 채널의 확대로 힘을 잃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대출이나 다양한 상품 노하우가 부족한 지방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이후 ‘버는 힘’이 줄어들었다”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자금 수요를 꾸준히 발굴하지 않으면 난국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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