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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한일 경제전쟁 日이 더 피해 컸지만…"전면전때는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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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안보이는 한일 경제전쟁]

대일 무역수지 적자 16년 만에 최저

지금까진 전초전, 갈등 심화 땐 양쪽 모두 치명상

산업구조 탈일본보다 미래 먹거리 주력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해 7월1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양국간 갈등 국면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 우려와 달리 우리 산업의 소재·부품·장비 수급 대란은 없었다. 오히려 일본이 소비자의 거센 불매운동과 산업계의 ‘탈(脫)일본’이란 역풍에 직면해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낙관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산업의 대 일본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당장은 대체할 수단도 없다. 만일 일본이 피해를 감수하고 본격적인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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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천안 MEMC코리아 공장에서 불화수소 에칭 공정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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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적자 16년 만에 최저 …불매운동·탈일본화 영향

지난해 우리나라 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191억6300만달러(약 22조1793억원)로 2003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었다. 대 일본 수출액(284억1200만달러)이 전년보다 6.9% 감소했으나 대 일본 수입액(475억7500만달러)이 이보다 많은 12.9% 줄어든 여파다.

이 추세는 올해 들어서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이달 1~20일 대 일본 수출액은 5.6% 늘어난 반면 수입액은 15.2% 줄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1965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오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감소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우리 반도체업계가 업황 부진으로 일본산 반도체제조용 장비 등에 대한 수입을 줄인 것도 있지만 전방위로 확산한 불매운동 여파도 이에 못지않게 큰 영향을 줬다. 이 기간(2019년 1~11월) 문구·완구(-13.3%), 컴퓨터(-18.9%), 운동·레저용품(-13.8%), 신변잡화(-13.4%), 비누 ·치약 및 화장품(-24.0%), 기호식품(-37.4%) 등 주요 소비재의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일본차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19% 줄었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7월 이전 실적까지 포함한 수치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불매운동 영향은 이보다 크다.

특히 불매운동의 집중 타깃이 된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2020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순이익 전망치를 1750억엔에서 1650억엔으로 100억엔(1050억원) 줄여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도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올해 40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체 관광객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한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8월 이후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88만명으로 중국 관광객 증가 영향으로 2.2% 늘기는 했으나 증가 폭은 12년 만에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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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일본 무역수지 적자 추이.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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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1월 주요 소비품목 일본산 수입액 전년대비 증감률(왼쪽부터 수입액 많은 순).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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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달 2일 화학소재기업 솔브레인을 찾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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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심화 땐 양쪽 모두 치명상…“대화 해결 노력 이어가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부 소재를 국내에서 자체 개발하거나 해외 수입선을 다변화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일본산 소재·부품·장비의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인 상황에서 만일 일본이 본격적인 수출규제에 나설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앞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이 10% 줄어든다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0.320~0.384%, 우리 수출의 0.347~0.579%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학·전자·기계산업 부문에서도 일본의 대 한국 수출 5% 감소 때마다 GDP 0.015~0.020%, 수출 0.026~0.036%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게 KIEP의 분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도 우리에게 타격이 없었던 건 남은 재고가 있었고 그 이후로도 일부 물량이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그 이상으로 수출제한에 나선다면 언제든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춘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진경제실장은 “양국이 ‘윈-윈’해야 할 상황에 누가 더 이익, 손해였느냐를 따지는 것은 둘 다 ‘루저’가 되는 길”이라며 “경제 당국은 외교적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수출관리 부문에서부터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탈일본’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제언이다.

정성춘 실장은 “일본은 여전히 우리가 활용할 여지가 많고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그 동안의 양국 산업 협력 기반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도 우리에게 효과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우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와 별개로 양국이 관계 복원을 통해 ‘윈-윈’하는 길을 찾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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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현(오른쪽 2번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이 16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경산성) 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 대화에서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왼쪽 1번째)을 비롯한 일본 대표단과 인삿말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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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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