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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정부가 세운 ‘9억’ 허들, 집값 기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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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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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정부가 12·16대책을 내놓으면서 규제 허들로 지목한 9억원 아파트가 새로운 시장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고가 아파트의 심리적 기준이 6억원이었고 이를 넘기는 것을 두고 상당한 조정을 거쳤다면 최근 정부가 9억원은 고가, 15억원은 초고가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면서 9억원이 새로운 허들이 됐다는 분석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격이나 수도권 외곽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갭메우기에 들어갔다.

실제 한국감정원 ‘2019년 12월 5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0.10%에서 0.08%로 상승폭이 낮아졌다. 반면 9억원 이하 주택이 많은 영등포구(0.19%), 강북구(0.09%), 동대문구(0.07%)는 지역 내 개발 호재와 실수요 위주의 구축 갭 메우기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 하이츠’ 전용 84㎡는 지난해 9월 6억5500만원에 거래됐으나 12월 8억1800만원에 거래됐다. 성북구 보문동 ‘현대 아이파크’ 전용84㎡도 9월 6억8500만원에서 12월 7억7000만원으로 올랐고 시흥동 ‘남서울 힐스테이트’ 전용84㎡도 같은 기간 7억2500만원에서 7억9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서울 뿐 아니라 수원 영통, 용인 수지 등 경기 남부 지역도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약진하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둘째주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04%로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하지만 인천 연수구(0.26%), 경기도 수원 팔달구(1.02%), 수원 영통구(0.91%), 용인 수지구(0.59%), 용인 기흥구(0.66%) 등은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들 지역에 수요자가 몰리는 건 상대적으로 서울과 비교해 부동산 규제가 강하지 않고, 과천이나 성남시 분당구 등 수도권 주요 지역과 비교해 집값이 덜 올랐다고 수요자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7년 준공된 '힐스테이트 영통' 전용 71㎡ 실거래가는 지난해 7월만 해도 5억9500만원이었지만 10월 6억원대, 12월 7억원대로 올랐으며, 이달에는 무려 8억4000만원(1월 10일)에 실거래됐다. 호가는 9억원대까지 나오고 있다. 6월 입주한 용인 수지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은 전용 84㎡ 매물 호가가 13억~14억원에 달한다. 실거래가 역시 지난해 9~10월엔 7억~8억원 선이었지만 지난 2일 11억7200만원에 중층 매물이 팔렸다. 수도권 이외에 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울산 문수로 아이파크가 9억원을 향하고 있고, 대전의 크로바, 부산의 해수동 아파트도 9억원을 넘고 있다.

이처럼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급격히 이뤄진 이유는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에서 9억 이상은 고가 아파트, 15억 이상은 초고가 아파트라고 기준점을 설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억원, 15억원이라는 가격 기준이 국민들에게 ‘허들’로 느껴지면서 4~6억 대의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용인 수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언론에서도 9억원을 기점으로 수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주민들 사이에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면서 “수도권에서도 이제는 왠만한 아파트는 9억까지는 가격이 충분히 오를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9억원 상승 효과를 ‘앵커링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배가 닻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 처음에는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하나의 기준점이 되면서 그 후 판단의 왜곡과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수원 영통의 한 공인중개소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10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9억원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상대적으로 5~6억원대 아파트는 저렴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면서 “정부 규제로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매매가를 받쳐주고 있어 9억원을 향하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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