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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상품권·KTX 승차권 사기 꼼짝마" 명절마다 치솟는 ‘중고거래 사기’ 단속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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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중고나라 사기 모니터링 단속 현장 가보니
年 12만건 적발 ‘중고나라 보안관’ "일일이 삭제조치"
카톡거래유도, 업체 사칭…사기글 특징 5가지 알아둬야
보안관이 모두 막기는 어려워…이용자가 조심하는 게 최선

"백화점 상품권을 판매한다면서 연락처로 카카오톡 아이디만 올려놨죠? 사기일 확률이 100%입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2일, 일명 ‘중고나라 보안관’ 홍현승(29)씨의 눈과 손이 바빠졌다. 홍씨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안전거래 모니터링 요원이다. ‘OOO백화점 상품권 팝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홍씨는 직감적으로 반응했다. 판매자의 카톡 아이디를 ‘사기피해조회’ 사이트에 검색하자, 5건의 사기피해 사례가 발견됐다. 홍씨는 해당 게시물을 즉각 삭제하고 판매자를 ‘활동 정지’시켰다. 홍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상품권, KTX·버스 승차권 사기가 급증하고 있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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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중고나라 보안관 홍현승씨가 사기 의심 판매 게시물에 적힌 카카오톡 아이디를 관리자 검색창에서 조회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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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인터넷 거래 사기도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거래 사기 발생 건수는 2018년 11만2000건에서 지난해 13만6074건으로 1년 만에 22%(2만4074건) 증가했다. 특히 선물이 오가는 명절 기간에는 사기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설 명절 기간엔 상품권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물품과 관련한 사기 피해가 증가한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고물품 거래 업체와 공조해 특정 물품 사기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기 게시물 대표 유형 다섯 가지…이것만 조심하세요"
하루 평균 중고나라에 올라오는 게시물 수는 27만개. 초당 3개씩 올라오는 셈이다. 5년차 중고나라 보안관 홍씨는 수많은 게시물 중에서 ‘사기' 또는 ‘불법 거래'로 의심되는 것들을 솎아내는 일을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사기 피해가 속출한다. 중고거래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더 줄이는 게 홍씨의 목표다.

이날도 홍씨의 ‘레이더'에 사기로 의심되는 게시물이 포착됐다. 애플의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 팝니다. 평창 직거래 가능’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다. 게시물을 잠시 살피던 그는 바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거래하는 ‘직거래’가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거래를 하려고 보면 판매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지방 지역을 거래 장소로 제시합니다. 이후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택배 거래를 유도하는데, 정작 텅 빈 택배상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죠. 가장 기초적인 사기 수법입니다." 홍씨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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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보안관 홍현승 씨에 따르면, 중고나라 사기꾼들은 처음에는 직거래를 강조하다가 거리가 멀다며 택배 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친다. 돈만 챙긴 뒤 텅 빈 택배상자를 보내는 식이다. /중고나라


홍씨에 따르면 중고나라에서 사기로 의심되는 게시물은 크게 5가지 특징을 보인다. △거리가 먼 지역에서 직거래를 유도하는 경우 △시장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상품을 올리는 경우 △게시물 내용을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파일로 올리는 경우 △휴대전화 번호가 아닌 카카오톡 아이디만 공개하는 경우 △블로그 또는 카페를 보여주며 정상적인 업체인 척 사칭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특징이 많이 보일 수록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도 홍씨와 함께 중고나라 모니터링에 나섰다. ‘임시 보안관’으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부산행 KTX 승차권 판매 게시물을 발견했다. 판매자는 24일 탑승 가능한 약 4만7000원의 서울-부산 KTX 승차권을 1.5배 부풀린 7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홍씨는 "명절이면 고향행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현혹하는 승차권 암표 판매 게시물이 늘어난다"며 "웃돈을 얹은 승차권 판매는 위법 행위이기에 사기 및 불법 판매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명절 기간 승차권 판매 게시물도 삭제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해당 게시물을 홍씨의 안내에 따라 삭제 조치했다.

◇ 매년 12만건 적발하지만…"이용자가 조심하는 게 최선"
현재 중고나라에서는 홍씨를 포함해 총 5명의 보안관이 안전거래 모니터링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매년 12만 건 이상의 사기 의심 게시물을 적발하고 있다. 하루 평균 328건을 적발한 것이다. 이제는 게시물 제목과 닉네임만 봐도 사기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하루 동안 홍씨가 적발한 사기 의심 게시물은 총 80여 건. 보안관 눈에 들어온 사기 의심 게시물은 일단 이용자들이 볼 수 없게 관리자 사이트를 통해 비공개 처리를 한 뒤 삭제 처리된다. 사기 의심 게시물을 올린 일부 계정은 아예 탈퇴 조치가 내려진다.

중고나라 이용규정상, 사기 의심 게시물을 올리는 등 이용정책을 위반할 경우 최대 180일까지 활동이 정지될 수 있다. 4차례 이상 규정을 위반하거나 위반 정도가 심할 경우엔 아예 계정이 무기한 정지되고 재가입이 차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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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보안관들은 휴대전화 번호 대신 카카오톡 아이디만 공개한 게시물들은 사기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중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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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명 ‘대포 계정'들이 워낙 많은 탓에 중고나라 보안관들이 매일 사기 의심 거래글을 수백개씩 삭제해도 역부족이라고 한다. 중고나라 보안관들은 이용자들이 조심하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래 상대 회원의 최근 활동내역, 연락처, 계좌 번호를 반드시 확인하기를 조언했다. 중고나라 측은 사기피해 방지를 위해 보안관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씨는 "모니터링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사기 의심 게시물을 차단하고 있지만, 21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이 올리는 게시물들을 모두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거래 전, 홈페이지에 공지한 사기 예방법만 읽어봐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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