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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5억 들였는데 철거라니"…장고개 상인들 암울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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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개업 6개월만에 '철거' 통보…조만간 강제철거

"물러날 수 없다" 버티는 상인들…물리적 충돌 예고

뉴스1

인천 부평구 장고개 인근에서 주방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B씨가 강제철거에 반대하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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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가게 인수하는데 3억원, 시설 고치는데 2억원 등 총 5억원을 들여 식당을 개업했는데 6개월 후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곧 강제철거(행정대집행)을 한다는 연락도 왔다. 살길이 막막하다.”

2016년 7월 인천 부평구 산곡동 부평미군기지 인근에 식당을 개업한 A씨 얘기다.

A씨를 비롯해 이 지역에서 창고, 음식점, 공장, 고물상, 카센터 등을 하는 18명은 설 명절에도 즐겁기는커녕 암울하다. 자신들의 재산 대부분을 털어 삶의 터전을 만들었는데 조만간 인천시가 강제철거를 할 예정이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들은 토지소유자인 국방부와 임대계약을 맺고 1996년부터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일부 상인들은 A씨처럼 기존 상인들로부터 건물과 권리를 사 중간에 들어왔다. 담당 구에 가설건축물 등록을 하고 재산세·취득세·사업소득세 등 세금과 임대료도 꼬박꼬박 냈다.

나름대로 이곳에서 생활을 영위하던 이들에게 고난이 닥친 것은 2016년 말. 매년 말 임대계약을 갱신하던 국방부가 입장을 바꿔 임대계약을 거부하고 이곳에서 나가달라고 통보한 것이다. A 씨가 5억원을 들여 식당을 개업한지 6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들이 “갈 곳이 없다”며 애원했지만 국방부는 변상금을 부과하고 고발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A씨는 “식당을 계약할 때 국방부로부터 ‘계약 갱신이 안 될 것’이라는 등과 같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6개월만에 쫓겨날 수는 없어 버텼다”고 말했다.

주방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B씨는 “3일만 일을 쉬어도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해 30~40곳의 거래처가 끊긴다”며 “이런 상황인데다 갈 데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고발을 당하면서도 현재까지 버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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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부평구 산곡동에서 열린 '부평동-장고개간 도로개설공사(3-1공구) 개통식'에서 내빈 및 주민들과 개통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인천시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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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갑자기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인천시의 협조 요청 때문이다.

인천시는 서구 가좌동~부평구 산곡동을 연결하는 것으로 계획된 장고개 도로의 개통을 서두르고 있다. 이 지역은 장고개 도로 공사구간 중 3-2공구(길이 660m, 왕복 4차로)에 해당한다.

바로 옆 3-1공구를 지난 21일 개통한 인천시는 3-2공구를 2022년 개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지역 일부 땅을 국방부로부터 매입하고 해당 지역 상인들에게 ‘행정대집행 계고장’도 보냈다.

인천시는 상인들이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강제철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건축물 9개동에서 영업·거주하는 11명이 대상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9개동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버티는 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최근 대책위를 구성하고 전국철거민연합에 가입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B씨는 “상인들은 비장한 각오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며 “삶의 터전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inam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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