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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추미애 텃밭' 깃발 꽂은 오세훈···민주당 대항마는 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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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의 고민은 나경원이 아니라 오세훈이에요."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가 한 말이다. ‘나경원(서울 동작을·4선)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한국당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추미애(서울 광진을·5선) 법무부 장관이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이미 밑바닥을 다지던 오 전 시장의 경쟁력이 상승세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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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8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문 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콘서트에서 자유한국당 오세훈 광진을 당원협의회위원장이 참석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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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장 ‘눈 뜨고 코 베일’ 위기다. 오 전 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장직에서 내려온 뒤 9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재기에 성공하면 의석수가 2석으로 벌어지는 것은 물론, 차기 정권 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커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의 높은 당 지지율은 그간 한국당 지도부가 해 온 헛발질 덕이기도 한데, 오 전 시장이 ‘합리적 개혁보수’ 간판을 걸고 한국당 유력 주자로 부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광진을은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의 정당이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곳이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24년간 한 번 빼고 추 장관만 찍었던 지역이다. 오 전 시장이 지명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9년 동안 바깥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절대 쉽지 않은 곳”이라며 “지난해에는 주로 행사 위주로 다니다가 약 3개월 전부터는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면서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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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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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추 장관이 내각으로 떠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추 장관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대중 인지도가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오 전 시장과 견줘봤다. 하지만 강 장관이 추 장관을 비롯한 당·청의 설득에도 출마 권유를 고사하자 민주당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대입해 후보 호감도 조사를 벌였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해 11월 17일 이미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임 전 실장을 굳이 소환한 것은, 조사 결과 임 전 실장이 유일하게 오 전 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아니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 전 지사는 지역 연고가 없는 데다, 그 역시 지난해 12월 30일 특별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기 전까지 약 9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던 게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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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비서실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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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을은 호남 출신 인구가 전체의 약 35% 정도를 차지해 전남 장흥 출신인 임 전 실장에게 유리한 지역이다. 한 여권 인사는 “영남 출신의 추 장관이 그 지역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DJ)이 직접 영입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의 한 측근은 “지난 20일 방송 연설에서 ‘불출마’를 언급하며 결심의 이유를 설명한 것도 거기(정계 은퇴)에 못을 박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모시려고 한다”(이해찬 대표) “정치는 생물”(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이라며 임 전 실장을 향한 구애를 숨기지 않는다.

‘고민정 카드’가 살아있지만, 오 전 시장과는 체급 격차가 크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글을 쓰면서 ‘721번 버스’를 언급했는데, 이 버스의 종점이 광진구 화양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진을을 출마지로 결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고 전 대변인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당에 맡겨 놓은 상황”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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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청와대를 떠나는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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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임 전 실장, 고 전 대변인, 또는 제3의 누군가가 오든 간에 어려울 수밖에 없는 선거다. 오 전 시장의 정치 생명이 걸린 선거라 막판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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