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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일사일언] 두 개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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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경련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이 반지, 알 좀 붙여주세요."

내 말에 시계방 아저씨가 반지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이 반지 20년 전에 나온 건데." "아, 맞아요. 우리 아이가 여섯 살 때 제게 선물한 건데 알이 빠졌거든요." 그러자 아저씨가 놀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고양이 눈'이라는 보석인데 유행이 지나 지금은 나오지도 않아요." 그러더니 알을 찾아 반지에 붙이고 나서 비용은 공짜라고 한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유를 묻자, 지금까지 간직한 그 정성을 생각해 받지 않겠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혹시 값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값은 3000원이지만…. 목욕탕에서는 알이 열에 의해 잘 빠지니 조심하세요." 무료 수선에 친절한 설명까지 해주니 감사했다.

나중에 딸아이에게 그 말을 전하니 무척 고마워했다. 내가 한 일이라곤 그 소중함 때문에 열심히 끼고 다닌 것밖에 없는데 말이다.

얼마 후 딸아이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르바이트해서 첫 월급을 받았는데 엄마에게 꼭 뭔가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내가 사양하자, 아이는 결심을 단단히 한 듯 "엄마가 항상 제가 드린 그 반지를 나라고 생각하며 끼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첫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이라 소중한 곳에 쓰고 싶어요" 한다. 이번에는 빨간 알이 박힌 반지였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지만, 딸아이가 효도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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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무척 행복해했다. 나는 오늘도 두 개의 소중한 반지를 옷 색깔에 따라 번갈아 끼며 가만히 딸아이의 마음을 생각한다. 바쁜 외출 중에도 반지가 생각나면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가 끼고 나온다. 아무리 유행이 지난다 할지라도 나는 이 반지를 사랑할 것이다. 또다시 20년이 흘러도 아니, 평생 나와 함께할 것이다. 그 안에는 딸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기에.




[김경련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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