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설 음식, 아는 맛이라 지겨워? '장흥삼합 떡국'은 처음일 걸 !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 끗 다른 설 음식

떡국이나 만둣국, 갈비찜이나 불고기에 잡채.

몇 종류의 전과 갖가지 색 알록달록한 나물까지.

'설 음식' 하면 이렇게 우리는 대개 '아는 맛'을 떠올린다.

때로는 변화가 필요하다. 올해는 설 명절 음식도

이색적으로 업그레이드해보면 어떨까.

요리사, 요리 연구가 등 전문가들에게 살짝 비법을 물었다.

조선일보

①김호윤 셰프가 제안한 바싹 불고기. 불고기에 노릇하게 구워 낸 증편과 부추무침을 더해 한입씩 먹기 좋게 담아냈다. ②홍신애 요리연구가의 이리전. 동그랑땡과 연근전, 산적과 함께 한 접시에 담아봤다 ③류태환 셰프의 장흥삼합 떡국.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우려낸 육수에 장흥산(産) 매생이와 굴을 넣고 끓였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양수열영상미디어 기자·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시나 이들에겐 똑같은 음식이지만 어딘가 한 끗 다르게, 좀 더 정갈하게 즐길 수 있는 숨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류태환 셰프의 장흥삼합 떡국

서울 신사동의 레스토랑 ‘류니끄’의 오너 셰프로 있는 요리사 류태환씨는 평소 선호하는 전남 장흥에서 나는 식자재를 애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장흥에서 난 식재료가 보통 질이 좋고 맛과 향이 깊은 데다, 감칠맛이 남다르다는 것. 류 셰프는 이 장흥의 맛을 설 떡국에 담아보겠다고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류태환식 장흥삼합 떡국”이다.

설 무렵 맛이 진하게 든 장흥의 매생이와 굴을 넣고 끓이는 떡국으로, 얼핏 보기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매생이 굴 떡국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는 반전이 숨겨져 있다.

해산물 육수로 흔히 사용하는 멸치나 다시마 대신 겨울철 단맛이 가득 밴 채소와 표고버섯, 소고기를 함께 압력솥에 끓여서 우려낸 다음, 이를 여러 번 걸러 맑게 만든 육수를 사용한다는 것. 고기와 해산물 요리가 한데 나오는 서양의 ‘서프 앤드 터프(Surf and turf·메인 요리에 고기 요리와 해산물 요리가 같이 나오는 것을 일컫는 말)’ 개념을 응용한 하이브리드 떡국이라 할 수 있다.

본디 ‘장흥삼합’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한입에 먹는 것으로, 말 그대로 우리식 서프 앤드 터프인 셈이다. 이것을 떡국에 응용한 것이다. 이렇게 소고기·채소·버섯 육수에 매생이와 굴맛까지 어우러진 떡국은 맛이 깊을 수밖에 없다. 겨울 채소의 단맛과 소고기의 감칠맛, 매생이와 굴의 상쾌한 바다향이 한데 어우러져 음전하면서도 그윽한 풍미를 뿜어낸다.

◇요리 연구가 홍신애의 이리전

‘쏠트’ 등을 운영하는 요리 연구가 홍신애씨는 구태의연한 전 요리 대신 이색적인 이리전을 제안했다. 이제까지 먹어온 전이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즐기는 것이었다면, 홍신애식 이리전은 맑고 달달한 고소함을 살려낸 새로운 맛이다. 대구 암컷의 알집은 ‘곤이’, 수컷의 정소는 ‘이리’라고들 흔히 부른다. 이리를 참기름과 간장을 섞어 만든 소스에 30분 이상 재워 맛을 들이는 것이 이리전 만들기의 첫 단계. 다진 마늘 약간을 함께 넣고 무쳐주면 마늘향도 함께 난다. 다진 마늘 대신 마늘즙을 사용하면 한결 고급스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잘 재워준 이리에 가볍게 밀가루를 묻히고, 소금과 참기름을 적당량 섞은 달걀물을 묻혀 가볍게 부쳐주면 완성. 스테이크로 치면 미디엄 정도로만 이리의 속을 끝까지 다 익히지 않는 것이 더 맛있다. 노릇하게 부쳐낸 전이 입안에서 부드러운 치즈처럼 녹진하게 녹아내린다. 재료 자체의 단맛과 전 특유의 고소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풀어진다.

◇김호윤 셰프의 바싹불고기

명절 상에 빠지면 서운한 것이 불고기다. 소고기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모퉁이우 라이프’‘오스테리아 오르조’ 등을 운영하는 김호윤 셰프는 불고기와 증편을 이용한 일품요리를 추천했다. 불고기는 살코기와 기름이 적당히 섞여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를 준비하는 것이 1단계다. 먹기 직전에 양조간장과 마늘, 배즙, 설탕으로 가볍게 양념하고 바싹불고기 스타일로 물기 없이 굽는다. 이때 꽈리고추를 함께 구워 내는 것이 포인트. 단조로울 수 있는 불고기 맛에 맵싸한 향과 촉촉한 수분이 가미된다.

그대로 반찬처럼 상에 올려도 좋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창의적인 요리가 된다. 증편(떡)을 준비하면 좋다.증편을 팬에 올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하게 구워 내고, 여기에 액젓·고춧가루·설탕 약간을 넣고 무쳐낸 부추를 곁들여 내면 일품요리로 손색없다. 증편이 없다면 어슷하게 썬 가래떡이나 절편을 구워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