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스스로를 '정어리 떼'라고 칭하는 시위대가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어리 떼 시위는 지난해 11월 시민 4명이 페이스북을 통해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에게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작은 물고기 수백만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며 천적을 상대하듯 다수의 나약한 시민이 뭉쳐 힘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이들은 '내가 정어리다' '모든 바다의 정어리여, 단결하라' 등 문구를 적은 정어리 그림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달 26일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지방선거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시위대는 반난민정책, 극우·혐오 정치를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마 산조반니광장에 정어리 떼 10만명이 집결했고, 지난 19일 볼로냐 집회에도 4만명이 운집해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현재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오성운동이 2007년 분노한 시위대가 만든 반체제 정당이었다는 점에서 정어리 떼 운동이 향후 정치세력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좌파의 성지'로 불렸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우파 연합이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어 투표 결과를 점치긴 쉽지 않다. 자발적인 시민 모임 정어리 떼가 과연 정치 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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