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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성전환’ 변희수 전 하사, 제2의 피우진?… 변호사들 “軍 전역결정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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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해외서 성전환수술 받고 돌아온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논란 / 임태훈,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언급 / 군인권센터 “인사소청 및 행정소송 제기할 것” / 軍 “변 전 하사와 피우진 경우는 달라” / 변호사지식포럼 “軍이 변 전 하사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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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으로 군에 입대했다가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육군 6군단 5기갑여단 소속·민간부사관·사진)가 육군으로부터 ‘강제 전역’을 당한 뒤 후폭풍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변 전 하사 측은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통해 군에 반드시 복귀하겠다는 입장인데, 제2의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의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육군은 지난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휴가 중 해외(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하는 3개월 동안 전역심사위원회를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긴급 구제 결정을 내렸지만, 육군이 전역심사를 강행해 전역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육군의 전역 결정으로 2017년 2월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했던 변 전 하사는 의무복무 기간인 4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22일 자정을 기해 민간인 신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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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전 보훈처장. 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언급한 이유?

같은 날 군인권센터와 변 전 하사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 전역 처분에 불복해 인사소청과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 변 전 하사는 본인의 실명과 얼굴까지 취재진에 공개했다.

변 전 하사 측이 인사소청을 제기할 경우 육군은 소청심사위원회를 열고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소청심사위가 소청의 사유가 법에 적합하지 않거나 심사 청구가 이유 없다고 결정하면 15일 이내에 소청인에게 알림으로써 그 소청은 종료된다.

만약 변 전 하사가 이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심 역시 소청심사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행정소송에서 변 전 하사가 승소한다면 복직이 가능해진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피우진 전 처장을 언급하며 변 전 하사 역시 군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 전 처장은 군 복무 당시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다가 병마를 이겨냈지만 ‘장애 판정’을 받아 2006년 11월 강제 퇴역당했다. 이에 피 전 처장은 국방부를 상대로 인사소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행정소송을 걸어 승소해 2008년 5월 군에 복귀했다.

이후 국방부는 2007년 8월 ‘심신장애 군인 전역 및 현역복무 기준’을 전면 개정해 심신장애 1~9급으로 판정돼도 본인 희망시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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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전역 결정 바뀌지 않을 것”… 변희수 “소속부대서도 인정해줬다”

육군은 변 전 하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피 전 처장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암에 걸렸다가 완치된 경우이고, 변 전 하사는 스스로 성전환 수술을 선택해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경우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다.

변 전 하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의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고 싶었다”며 “젠더 디스포리아(선천적 성별에 대한 불쾌감)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하는 동안에도 심각해져 더이상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소속부대에 제 정체성을 밝혔고 저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면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변 전 하사는 “모든 성 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고, 이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변 전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 해외로 출국하기 전 소속부대에 이런 사실을 미리 보고했고, 승인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 측은 이날 군에서 변 하사에게 발급한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 사본도 공개했다. 이 문서의 ‘여행목적’ 항목에는 ‘의료 목적의 해외여행’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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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지식포럼, 軍결정 비판 “개인 자기결정권·행복추구권 침해”

이번 군의 결정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변호사지식포럼 소셜임팩트소송위원회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군이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짓밟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송위는 이날 “성전환 수술을 받은 자가 어떻게 군인으로서의 업무 능력을 상실하고 군 생활에 부적합하게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육군본부는 전역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국가인권위의 긴급구제결정에 따라 전역심사를 미루고 절차를 통해 규정을 개정하고 그 때 심사하면 될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소송위는 또 “어떠한 변명을 하더라도 국방부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법규화하고 육군본부가 이를 이용해 부당한 전역결정을 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무엇보다 남자로 살 것인지 여자로 살 것인지, 성전환 수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자기결정권의 영역이자 행복추구권의 핵심적인 보호범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코 국가나 사회가 그리고 군이 관여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며 “법은 소수자에 대한 보호범위를 확대시키고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고 했다.

소송위는 “이번 육군본부의 결정은 변 하사의 자기선택권을 유린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반헌법적 처사이자 완전히 퇴보한 처분”이라며 “이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책임 있는 법률가로서 수치스럽고 한편으로 변 하사에게 한 없이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소송위는 또 “국방부의 전역결정을 규탄한다”며 “변 하사의 선택을 지지하고 그 선택을 지켜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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