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어머님도 "올 차례상은 마트표 간편식으로 차리자"

올해 30년 차 주부인 김혜선 씨(55)는 지난 1일 시댁 어른들께 새해 인사를 전하면서 "이번 설부터는 전을 부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명절 전날 아침부터 각종 채소와 돼지고기, 버섯 등을 다진 후 달걀물을 입혀 하나하나 부쳐냈지만 이젠 가정간편식(HMR) 동그랑땡을 차림상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장시간 기름 냄새를 맡으면 머리 아픈 것은 물론 뒷목, 손목, 허리도 남아나지 않는다"며 "이번엔 전류만 샀는데 추석에는 떡갈비와 잡채도 주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명절인 설을 맞아 HMR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1~2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진 데다 명절의 의미가 가족이 한데 모여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먹거리 장만에 진땀을 빼는 사례가 줄어든 것이다. '명절 음식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차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반조리된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와 함께 명절 음식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줄 만한 매운 요리를 배달해 먹는 가정도 많아졌다. 차례상은 간편식으로 차리고 설 때 받은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을 배달해 먹으며 푸는 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월 15~21일) 동안 G마켓에서 판매된 동그랑땡·완자·전류는 지난해 설 직전(1월 26일~2월 1일)보다 71% 늘었다. 떡갈비와 나물은 각각 55%, 35%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 판매된 동그랑땡·완자·전류와 떡갈비도 각각 207%, 110%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고연령층 소비자 구매율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동그랑땡·완자·전류는 전년 대비 40대 소비자는 72%, 50대는 118%, 60대 이상은 93% 늘었다. 떡갈비는 40대 70%, 50대 54%, 60대 이상 105%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한식반찬'도 명절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클릭 한 번이면 4~5인분의 명절 음식 24종을 한 번에 차릴 수 있는 동원홈푸드의 '프리미엄 차례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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