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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트랜스젠더 군인 처우 더 신중했으면”… 민간인 된 변희수 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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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군복무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 22일 열린 육군 전역심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전역을 통보받았다. 국내 최초 성전환자(트랜스젠더) 군인으로 기록될 뻔한 변 전 하사는 23일 0시를 기해 민간인 신분이 됐다.

이번에 육군 전역심사위원회가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 가능 여부에 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군 당국은 변 하사가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전역을 결정했다.

변 하사는 육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아 군복무가 어렵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에게 군복무를 허용하는 나라는 총 20개다. 오스트리아·벨기에·체코·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프랑스·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영국 등 유럽 13개국에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볼리비아까지 전면 허용한 국가만 18개다. 여기에 제한적으로 허용한 국가가 쿠바, 태국까지 합해 총 20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트랜스젠더의 입대가 다 허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 트랜스젠더를 국제질병분류 항목에서 삭제하고 생물학적 성별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장애나 질병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는 일이 세계적 추세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일례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다시 이를 금지했다. 이미 군에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는 예외이나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성전환 수술을 할 의향이 있는 경우 군 입대를 제한한다. 미군 내 트랜스젠더가 엄청난 의료 비용과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육군은 법적 변화나 정책 수정은 국방부의 권한이고 현 사안은 현재 법적 테두리 안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성소수자를 포함해 전반적인 장병 모두의 인권 및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성소수자와 관련한 규정 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법령 수정 계획에 관해서는 “필요한 부분은 지원하겠지만 법률적인 논의는 모두 상급부대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사례인 만큼 이번 결정에 국방부가 더 많은 의견을 검토하고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역심사 하루 전인 21일 ‘긴급구제 권고’까지 내린 만큼 더 논의할 여지를 둘 수 있었는데 신속히 결론을 내린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상임이사는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자체는 처음 겪는 일인데 그냥 상상만으로 ‘좋다’, ‘안 좋다’ 말하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며 “군대도 규칙만 고수하지 말고 정신의학적 관점의 변화 등을 반영해 시대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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