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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비리 유죄·징계’에도 회장 연임 강행하는 신한·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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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22일 1심에서 유죄 선고(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를 받았으나 연임 절차를 강행할 태세라고 한다. 상식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법규나 금융회사 내규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문책경고) 통보를 받고도 연임을 추진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례와 함께, 금융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부적절한 행태다.

조용병 회장은 2015~2016년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인의 자녀를 부정 채용하는 데 영향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성을 해치고 청년 지원자들을 낙담시킨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금융사지배구조법과 이를 반영한 신한금융 내규에는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 5년 동안 경영진에서 배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은 연임이 어려운 처지인데도, 신한 쪽은 지난달 조 회장을 차기 후보로 추천하고 후속 절차를 계속 밟겠다고 한다.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내세우는 이유다. 대법원 판결까지 몇년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새 임기 3년을 다 채우겠다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 시대적 화두인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인사가 거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는 전례 없는 일을 방치하는 게 과연 법규의 취지인지 묻고 싶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한금융 회장 후보 추천에 앞서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묵살당했다. 후보 추천에 관여한 사외이사들이 현 회장과 한 몸을 이룬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겨레

어이없기로는 우리금융도 덜하지 않다. 불특정 다수 고객에게 큰 손실을 끼친 디엘에프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징계 절차 중에, 감독원 경고를 무시한 채 손태승 회장을 차기 후보로 기습 추천했다. 최종 문책경고를 받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는데도 이런 무리수까지 두다니, 한심한 행태다.

금감원의 제재 결정 이후엔 우리금융 쪽이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법원의 1심 판결도 무시하는 판에 당국의 행정 처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인지 모르겠다. 이것이야말로 법의 맹점을 파고드는 ‘법꾸라지 행태’이며 금융의 신뢰를 깎아 먹는 작태다. 대형 은행들 스스로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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