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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다보스의 큰손들 "자산가격 너무 올라…투자하기 힘든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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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스포럼 / 다보스포럼 MK 인사이트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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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빅샷 투자자 상당수는 올 한 해 자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힘든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국가에서 마이너스 수준까지 금리가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데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도 꼭지에 접근해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상당했다. 게다가 전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설문 결과, 설문조사 보고서를 발행한 지난 23년래 경기 전망이 최악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향방도 투자자들이 '내 돈을 어디에 집어넣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키울 것으로 봤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포럼 현장에서 글로벌 성장 전망치를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경기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흐름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5540억달러(약 640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초대형 사모펀드 블랙스톤 창업자인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자산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이제는 살 만한 것들이 매우 적어졌다"며 "투자 기회가 상당폭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투자은행인 스탠더드라이프 애버딘의 마틴 길버트 부회장도 "다보스 참석자들이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버트 부회장은 포럼 현장에서 CNBC와 인터뷰하면서 "이곳에서 만난 포럼 참석자이자 우리 고객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어디에 돈을 집어넣어야 할지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투자 기회가 줄어들고 투자 수익률도 불확실한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단순히 현금으로 들고 있기보다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1600억달러 규모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헤지펀드 업계 억만장자 레이 달리오 CEO는 "현금은 쓰레기다(cash is trash). 현금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달리오 CEO는 "올해 경기 침체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아직 (투자자) 자산의 상당 부분이 현금"이라며 "투자자들이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산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자산 포트폴리오에 어느 정도 금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수년간 금이 최고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투기적 상품인 비트코인 투자는 경고했다. 달리오 CEO는 "돈에는 교환의 수단, 그리고 부의 저장 수단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며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 두 가지 목적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사모펀드 칼라일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도 올해 경기 침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벤스타인 창업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시행한 일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미국 경기를 부양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다보스 현장을 찾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줄 것이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도 (완화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성장 속도가 빨라져 미국 경제가 올해 최소 3% 성장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다만 다보스포럼 참석자 대다수는 2차 미·중 무역협상이 오는 11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만료 내에 성사되긴 힘들 것으로 봤다.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2차 미·중 무역협상이 성사될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 전에 2차 무역 딜이 된다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약속한 만큼의 미국산 제품을 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리오 CEO도 역시 2차 미·중 무역협상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CEO는 "(1차 미·중 무역 합의로) 관세가 모두 철회된 게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하면서 갑작스레 마이너스 금리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파워이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가진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금리는) 돈을 빌리면 돈을 받는 구조로 나는 빨리 이런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다. 너무 좋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일본과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인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8%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마이너스 금리를 받아들인 다른 나라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 역할을 하는 커들로 위원장은 "마이너스 금리는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마이너스 금리와 통화를 찍어내는 것 모두 효과가 없다"며 이견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키스 반 데이크하위전 ABN암로 CEO도 "마이너스 금리 탓에 은행이 돈을 벌기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며 "미국은 이런 문제가 없다.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 경우 마이너스금리 때문에 유럽의 위기 대처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을 지적했다.

[다보스 취재팀 = 김명수 국차장 / 박봉권 부장 / 윤원섭 차장 / 유주연 기자 / 전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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