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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결론 내리고도… 법원, 공범여부 따져본다며 또 선고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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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 출신 주심 판사, 재판장과 의견 충돌說 돌아

2월 인사서 재판장 바뀔 가능성… 4월 총선 이후 선고 나올듯

조선일보

21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 2심 재판부가 21일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은 인정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만든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 자리에 김 지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범 여부를 가리기 위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핵심 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혐의 재판은 그 파장이 큰 만큼 여러 굴곡을 겪었다. 1심은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심은 김 지사를 보석으로 석방해 재판을 진행했고 지난달 24일 선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달 21일로 한 차례 선고가 미뤄지면서 '주심과 재판장의 의견 충돌이 있다'는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주심인 김민기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는 2월 말 예정된 법관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선고일을 하루 앞둔 20일 재판부가 또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再開)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 재개 사유에서 '중간 결론'을 내렸다.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는 이 사건의 중요 쟁점이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줄곧 "킹크랩 개발 및 운용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각종 접속 기록이나 피드백 문서 등 객관적 증거로 시연을 본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처럼 핵심 쟁점에 '중간 정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이미 유죄 결론이 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재판부가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이 변수다. 김 지사는 드루킹과 공범으로 기소됐다. 김 지사가 시연회를 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공모·가담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판단을 위해 김 지사가 기사 목록을 보낸 뒤 드루킹으로부터 "전달하겠습니다"는 답을 받고도 문제 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 8가지 쟁점에 대해 특검과 김 지사 양측에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의 이런 조치를 두고 법조계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1심이 인정한 공모 관계를 다시 보겠다는 것은 재판부가 제시한 8개 쟁점을 돌파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쟁점 중 상당수가 김 지사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내용이어서 설득력 있는 답이 없다면 1심 결론대로 유죄를 선고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종 결론과는 무관하게 김 지사가 극구 부인해 온 킹크랩 시연 관람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은 김 지사에겐 아픈 부분이다. 한 변호사는 "적어도 김 지사의 정치적 신뢰도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3월 10일로 잡았다. 2월 말 재판부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어서 최종 선고는 더 늦춰질 전망이다.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뿐 아니라 최항석 부장판사는 형사부에서 2년을 근무해 교체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면 지난해 3월 배치된 주심 김민기 부장판사만 남게 된다. 새 재판부가 꾸려지면 기록 검토와 쟁점 파악에 시간이 필요해 선고는 4월 총선 이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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