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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점퍼 차림의 신격호, 日선수 이기니 100만엔 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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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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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와의 시합에서 이긴 후 신 명예회장은 ''이 작은 손으로 (일본 선수를) 때려눕혔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홍수환 한국 권투위원회 회장은 21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4전 5기 신화'의 주인공으로 세계챔피언 자리에 올랐던 홍 회장은 1976년부터 2년간 롯데의 후원을 받았다.

후원사란 개념조차 없을 때 롯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그는 이날 41년전의 일을 떠올렸다.

1978년 2월 1일 홍 회장은 일본 선수 가사하라 유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1차 방어전을 치렀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기에서 그는 5차례 다운을 뺏은 끝에 15회 판정승을 거뒀다. 일본 도쿄에서 거둔 한일전 승리에 재일동포 등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은 환호했다.

당시 일본에 머물던 신격호 명예회장은 경기 다음 날 홍 회장을 위해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부터 일본 롯데 본사까지 카퍼레이드를 마련했다. 일본 롯데 본사에 도착한 홍 회장을 직접 맞이한 것은 신 명예회장이었다.

홍 회장은 "도쿄 롯데 본사에서 신 명예회장님을 뵈었을 때 그 분 나이가 57세경이었던 것 같다"며 "굉장히 젊으셨고, 점퍼 차림이었는데 당시 회장님이라기보다는 그냥 주변의 아저씨나 작은 삼촌 정도의 분위기로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일본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 명예회장은 그들 앞에서 홍 회장의 주먹을 만지며 "일본 선수를 때려눕힌 손"이라 자랑했다.

이어 "기쁨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금일봉으로 일본돈 100만엔을 주기도 했다"고 홍 회장은 말했다. 당시 일본돈 100만엔은 서울 강남 개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한 채 살 정도로 거금이었다. 이같은 인연으로 홍 회장은 롯데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기회도 8년간 얻을 수 있었다.

홍 회장은 "어느 분야에서도 톱에 오르긴 어렵다"며 "제가 링 위에서 챔피언이 됐듯, 신 명예회장은 자기만의 분야에서 챔피언이 된 것이니 그 분의 일생의 과정을 존경할 뿐이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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