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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그게 되겠어? 이 편견과 10년간 싸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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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아세요.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거예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자영(32) 스타일쉐어 대표는 창업 후 10년은 '편견과 싸운 긴 시간'이었다고 했다. 처음 패션 소셜미디어를 만들 때도, 서비스에 상거래 기능을 추가할 때도, 패션 쇼핑몰(29㎝)을 인수할 때도 매번 '되겠느냐'는 소리만 들어야 했다. 윤 대표는 "밀어붙였고, 살아남았고, 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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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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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이던 2011년 6월 만든 패션 정보 서비스 스타일쉐어는 한국 패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시초로 꼽힌다. 'OOTD'(Outfit Of ToDay·오늘의 의상)라고 불리는 개인의 코디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패션 소셜미디어로 시작해 지금은 600만 회원이 가입한 '1020세대' 여성의 필수 쇼핑몰로 성장했다. 옷이나 패션 아이템을 어디에서 샀는지 묻는 'ㅈㅂㅈㅇ'(정보 좀요), '담아가요' 같은 신조어도 스타일쉐어에서 만들어졌다. 2017년 500억원이던 거래액은 작년 2000억원으로 늘었다. 매출도 3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패션 분야 첫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후보로 스타일쉐어를 꼽는다.

편견과 싸운 대학생 창업가

스타일쉐어는 연세대 공학원 건물 지하주차장에 딸린 사무실에서 만들어졌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던 때였다. 그냥 옷이 좋은데, 어디서 예쁜 옷을 사야 하는지 정보가 없어 불편을 느낀 게 시작이었다. 윤 대표는 "차라리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선후배들로부터 십시일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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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가 처음 내놓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옷과 패션 아이템을 보여주는 소셜미디어 방식이었다. 주변에선 "에이~ 그게 되겠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인은 부끄러움이 많아 자신의 코디를 사진까지 찍어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 탓이었다. 윤 대표 생각은 달랐다. 2011년은 페이스북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었고, 카메라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 팔리던 때였다. 윤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것처럼 옷 사진도 자랑하듯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쁜 옷 정보를 곧바로 알 수 있다'는 소문에 10·20대 여성이 몰렸다. 마케팅도 하지 않았지만 회원 수는 2014년 100만, 2015년 200만을 넘었다.

◇안정적 수익 모델 구축 도전

문제는 수익 모델이었다.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광고와 상거래로 수익을 올렸다. 스타일쉐어는 처음 4년 동안 광고를 붙이지 않았다. 그는 "옷 정보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한테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창업 첫해부터 2016년까지 매년 적자였다. 벤처투자사로부터 받은 93억원으로 버텼다.

윤 대표는 2016년 상거래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때도 반발이 컸다. 패션 소셜미디어에서 물건을 팔면 사용자가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유였다. 윤 대표는 "어차피 다른 곳에서 옷을 살 거면 우리가 직접 연결해주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수십억원 매출이 났고,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타일쉐어는 10대 중후반~20대 초반 여성이 주된 고객층이다. 고객층이 얇다는 의미다. 20대 중후반 이후로 고객층을 넓히는 게 최대 과제였다. 윤 대표는 2018년 패션 콘텐츠·상거래 스타트업 29㎝를 3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다시 도전에 나섰다. 29㎝는 20·30대가 주된 고객층이었다. 이때도 여기저기서 '돈은 있느냐' '이 정도 거래는 스타트업이 할 게 아니다'라면서 말렸다고 한다. 윤 대표는 "두 서비스가 힘을 합치면 시장 확대라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인수를 밀어붙였다"고 했다.

윤 대표는 패션 전자상거래 트렌드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패션 콘텐츠가 사진·텍스트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동영상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유튜브·페이스북 라이브 같은 생중계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동영상 생방송 기능을 추가하고, 사용자가 패션을 위한 동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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