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의 등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나흘간에 걸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관하면서 천명한 ‘정면돌파전’에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제재 완화 등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선에 돌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의 상황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다가는 북한에 유리한 방식의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도발의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으름장으로 리선권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로 협상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도 재무부의 대북 제재를 통해 경고의 뜻도 분명히 나타냈다. 그런데 북한은 1차 북핵 위기부터 해박한 군축 및 핵 지식으로 무장하고 협상에 관여해 온 리용호를 퇴장시킴으로써 핵 문제를 외교 협상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또 다른 벼랑끝 외교를 선언한 셈이다.
리선권 등장을 계기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이탈을 선언한다면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인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우리 정부와 여권은 북한 개별 관광 성사에 몰두하고 있고, 주한 미 대사가 반대 의견을 내자 격렬히 성토하고 있다. 북한의 오판을 막으려면 비핵화 목표를 토대로 한 한미 공조를 흔들림 없이 다져야 한다. 지금 나타나는 한미 간 이상 기류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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