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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집에만 있는 아이, 국가가 사회로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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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공채은·주상희씨

우울증·니트족과 달라…같은 문제 겪는 부모 모여 자녀 이해 시작

“사회문제 된 일본 히키코모리 반면교사 삼아 초기부터 지원해야”

경향신문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를 결성한 서성원 공동대표, 공채은 운영위원, 주상희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6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이들은 30만~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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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어느날 갑자기 대학교를 그만두고 집에만 있기 시작했어요. 왜 그랬는지 본인이 자세히 이야기를 안 하니 알 수가 없어요. ‘호주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스트레스가 심했겠지’라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이혼한 전처를 따라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던 서성원씨(56)의 아들은 언젠가부터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서도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아들은 호주를 떠나 한국에 있는 서씨의 집으로 왔다. 1년2개월 동안 아들의 행동을 지켜본 끝에 서씨는 아들이 사회에서 말하는 ‘은둔형외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엔 너무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도 다르고,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으로도 설명할 수가 없어요. 단답형으로 내놓는 말을 통해 무엇이 힘들어 그렇게 됐는지 짐작만 할 뿐이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 자립단체인 K2인터내셔널(K2)이 한국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곳에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부모들을 만났다. 부모 모임인 ‘열쇠방’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모인 부모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자식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열쇠방’에서 만난 부모들이 주축이 돼 지난 11일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가 설립됐다. 초기 멤버는 전국에서 모인 은둔형외톨이 부모 40여명이다. 공동대표인 서씨와 주상희씨(58), 운영위원인 공채은씨를 지난 17일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났다.

부모들이 협회를 설립한 이유는 “은둔형외톨이는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공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씨는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일상화되고, 경쟁이 더 심각해진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외톨이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에 일본에서 살았던 주씨는 일본에서 은둔형외톨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늘어나기 시작한 일본의 은둔형외톨이들은 어느덧 40~50대 중장년층에 진입했다.

서씨는 “앞으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초기부터 국가적인 지원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은둔형외톨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나 지원이 전무하다. 2005년 민간단체인 한국청소년상담원과 동남정신과의원 여인중 원장이 한국의 은둔형외톨이가 약 30만∼5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한 것이 거의 유일한 조사일 정도다.

협회는 우선 지자체 조례에 은둔형외톨이 지원 근거를 담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시의회에서 통과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광주시의 조례안에는 5년마다은둔형외톨이 지원 기본계획을 세우고, 지원센터를 설립해 조사활동 및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씨는 “은둔형외톨이라고 다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잘해보려는 마음은 있는데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상담사 방문이나 공동 생활 등 사회와의 접점이 많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가 궁금하거나 가입을 원하시는 분은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블로그 를 방문하세요.

글·사진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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