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2030 리스펙트] 미디어 정치와 정당의 위기 / 허승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허승규 ㅣ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점심시간이다. 외식을 한다. 당신은 어떤 식당에 갈까?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보편적인 기준은 있다. ‘음식의 맛’이다. 아무리 식당 외관이 아름답고 청결해도 맛이 없으면 다시 가기 어렵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소문난 맛집은 단골들이 있다. 자본과 마케팅의 힘을 감안해도 맛없는 식당이 흥하긴 어렵다.

정치는 어떠한가? 현대 정치는 미디어 민주주의라고 불릴 만큼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다. 미디어를 활용해서 기성 정치와 다른 정치, 다른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미디어 정치가 항상 개혁 세력에게 유리할까? 미디어 정치도 권력과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권위주의 국가는 미디어를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통제를 한다. 자본이 많을수록 미디어 자원을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소수정당일수록 미디어 자원이 취약하다. 미디어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하나의 도구이며, 그 자체가 가치일 수는 없다.

미디어 정치의 활성화는 미디어에 강한 정치인에게만 유리하지 않다. 반대세력도 미디어 정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빠른 만큼, 미디어엔 강하지만 실제 정치력을 의심받는 정치인들은 그들의 단점 또한 빨리 드러난다. 미디어 환경은 계속 변한다. 어떠한 미디어든 잘 대처할 수 있는 정당의 역량이 중요하다. 정당의 단단한 조직 기반과 유능한 정치인의 결합은 유권자의 신뢰를 얻는 상수다. 특정 정당과 유권자의 친밀도인 ‘정당 일체감’은 몇몇 미디어 노출 효과로 가능하지 않다.

최근 진보정당의 초선 지역구 기초의원이 사퇴를 하고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출마한다고 한다. 나는 대한민국 모든 지방의원이 임기 중에 절대 사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충실히 해왔다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중도 사퇴의 책임이 크기에 신중해야 한다.

해당 정치인은 소속 정당의 다른 후보들보다 최근 미디어 출연으로 이름을 날렸다. 역사적 과오가 있는 전직 대통령을 추적한 그의 활동은 빛났지만, 기성 정치보다 높은 도덕성과 개혁성을 추구하는 진보정당 지방의원의 지역구 의회 결석률은 거대양당 동료 의원보다 높았다. 그는 분명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본인이 속한 정당을 알렸다. 그러나 정당은 광고대행사가 아니다. 그가 속한 정당의 가치, 지역구 기초의원으로서 책임윤리, 신뢰라는 정치 덕목에 비추어 그의 선택은 미디어 주목도 이상의 책임이 있다.

미디어 정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선후가 바뀌면 안 된다. 좋은 정치와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결과로써 주목을 받아야 한다. 좋은 정당 만들기보다 미디어 정치를 우선하는 경향에 있어 언론과 유권자들의 책임도 크지만 가장 큰 책임은 정당에 있다. 당내 정치를 소홀히 하고, 조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언론에만 주목받는 정치인은 한국 정치뿐만 아니라 소속 정당에 위험하다. 외부에서 얻은 지명도를 당내 자원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일시적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조직 기반은 파괴될 수 있다. 미디어 주목이 덜한, 자원이 부족한 소수정당일수록 실력 이상의 주목과 권력이 다가왔을 때 위기가 온다. 권력을 감당할 실력은 이미지만 쫓는 미디어 정치로 길러질 수 없다. 원내 진입이 목표인 소수정당일수록 유념해야 한다.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보는 당신은 핵인싸!▶조금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