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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여의도풍향계] 말이 선거판 뒤흔든다…정치권 '실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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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말이 선거판 뒤흔든다…정치권 '실언 주의보'

[명품리포트 맥]

지난주 여의도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떠들썩했습니다.

민주당 유튜브에 나와 선천적 장애인이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1호 영입' 인재인 최혜영 교수를 추켜세우기 위한 의도였다지만,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이 대표가 직접 사과했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런 분석이 있다는 말을 전해들어서 한 말인데 결과적으로 여러가지 상처를 줬다고 하면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드리겠습니다."

경력단절 여성, 해외 이주여성에 대한 비하성 발언으로 이미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던 터라 부리나케 수습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의 문제점을 꼬집는 자유한국당 대변인 논평은 더 큰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 말로 장애인이다, 이 논평 역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담겨 있다는 지적에 한국당은 급히 해당 문장을 수정했는데요.

과거 한국당 황교안 대표 역시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일본의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버렸습니다."

장애인뿐 아니라 여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난무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조치를 내리라고 국회에 권고할 정도입니다.

유권자들의 인권 의식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정치권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 정치권에는 입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말 실수 하나가 선거판을 통째로 뒤흔든 경우가 적잖기 때문입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200석까지도 바라보던 상황이었지만, 60~7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 이 발언 한마디에 100석도 어렵다던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으로 120석을 넘게 챙겼습니다.

가장 최근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간다, 일명 '이부망천' 발언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고조된 심판론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레이스를 하던 한국당에 결정적 자충수가 됐습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이 쏜 화살에 자신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경험이 있는데요.

2017년 대선 때 'MB 아바타' 발언으로 지지율이 출렁였고, 선거 내내 프레임에 갇혀 버렸습니다.

<안철수 / 2017년 국민의당 대선 후보>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간에 그런 말도 있죠.) 아니, 지금 문후보님 생각을 묻습니다.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국민들 바라보고 정치하시죠. 저 문재인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십니까?) 지금 그러면 MB 아바타 아니라고 확인해주시는거죠?"

반면 말 한마디로 불리했던 판세를 단숨에 뒤집은 경우도 있습니다.

진심이 유권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빨치산 전력으로 코너에 몰렸는데요.

노 전 대통령은 "아내를 버려야 하냐"며 정면돌파를 택했고, 결국 불리한 상황을 뒤집고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습니다.

<노무현 / 전 대통령> "이런 아내는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다 일명 '커터칼 피습'을 당했습니다.

피습보다도 병상에서 눈을 뜨자마자 대전은 어떻게 됐냐고 물어본 사실이 화제가 됐죠.

실제로 당시 호남과 제주를 빼고, 대전을 포함한 전국이 한나라당의 파란 물결로 뒤덮혔습니다.

지난해 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혐오를 조장한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정책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품격있는 말 한마디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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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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