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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녁 들리던 두부종소리… 단란했던 저녁밥상의 추억 [김셰프의 낭만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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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반주 안주 두부김치와 할머니의 정 / 콩나물과 함께 하루도 빠지지 않던 단골 반찬 / 저렴한 건강식… 크로켓·佛 ‘플랑’과도 딱!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건강한 음식 중에 하나인 두부는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음식이다. 현대의 두부요리는 그 종류와 조리법이 그때에 비해 많이 다양해졌다. 어렸을 때 두부장수에게 사 먹던 그 두부의 추억의 맛을 떠올리며 두부와 버섯, 삶은 감자를 으깨어 버무린 후 빵가루를 입힌 크로켓을 만들어 봤다. 두부와 계란에 크림을 넣어 만드는 프랑스식 계란찜 플랑을 곁들이면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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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장수의 종소리와 아버지의 막걸리

해가 지는 노을을 바라볼 때면 그리운 소리가 떠오른다. 어머니의 ‘저녁 호출’ 소리다. 놀 거리가 별로 없어도 나무막대기 하나면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은 저녁시간이 되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연립주택으로 놀이터에 모이곤 했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없었고 이제 들어오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저녁식사 시간을 알렸다.

그런 어머니의 목소리 말고도 기억나는 소리가 두부장수의 종소리다. 작은 리어카 가득 두부가 실려 있었다. 큰 사각 판 속에 층층이 쌓여 있던 두부를 칼로 쓱쓱 썰어 봉투에 담아줄 때면 아직 따뜻한 그 두부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참 즐거웠다. 리어카엔 함께 콩나물도 가득 실려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두부장수가 맨션을 떠날 때쯤이면 수북하던 콩나물이 항상 바닥을 보였다.

1000원이면 따뜻한 두부 한 모와 콩나물 한 봉지를 가득 살 수 있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 반찬엔 항상 두부가 올라왔다. 어머니의 두부조리법은 때마다 달랐다. 평소에는 노릇하게 구운 따뜻한 두부에 간장이 올라왔고, 매운 양념장에 버무린 두부조림은 넉넉히 만들어 놓았다가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했었다. 뜨거울 때 먹는 두부도 맛있었지만 냉장고에서 차가운 두부를 마가린과 함께 뜨거운 밥에 녹여 비비면서 간장을 살짝 뿌려 먹던 그 맛은 우리 집만의 별미였다.

그중 가장 생각나는 맛은 아버지의 반주 안주로 식탁에 오르던 데친 두부와 김치, 어린 내 추억 속엔 두부와 막걸리가 어떻게 어울릴까 의아했었다. 젓가락이 잘 안 가는 두부 메뉴였는데도 기억이 나는 이유는 할머니가 보내 주셨던 들기름의 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깨와 들기름이 버무려진 따뜻한 두부가 접시에 모락모락 김이 올라올 때면, 방안 가득 고소한 들기름 향이 어린 나에게도 정겹게 다가왔다. 이제 어른 된 나에게 제육과 함께 볶은 김치와 데친 두부는 정말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정말 최고의 야참이며 술안주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두부장수의 따뜻한 두부도, 할머니의 고소한 들기름 향도 같을 순 없지만 집에 앉아 그런 두부를 먹고 있자면 어렸을 적 두부를 부치는 어머니의 뒷모습과 아버지의 막걸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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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콩의 가공품인 두부는 약 2000년 전 중국 전한시대인 기원전 2세기경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중국을 통해 두부 기술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며, 고려 말 성리학자 이색의 목은집에서 두부에 대한 글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불교 국가였던 고려시대에 중국으로 유학을 갔던 스님들을 통해 넘어왔다는 설이 있으며, 육식을 멀리하는 사찰음식 특성상 두부를 많이 먹으면서 발전됐다. 두부 제조는 스님들에게 꽤나 친숙한 일과였는데 유교 국가인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천대받게 되던 스님들에게 두부의 제조는 괴로운 일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조선 중기 스님들이 만드는 두부로 소식을 하는 ‘연포회’라는 모임이 선비들 사이에서 성행을 했는데 닭고기로 육수를 내야 하는 연포탕을 살생을 금하는 스님들에게 만들라고 했으니 아주 고역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과 중국 말고도 두부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두부는 임진왜란 이후에 발전되기 시작했는데, 문화재뿐만 아니라 많은 조선의 기술자들이 납치된 그때에 조선의 두부 기술자도 납치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일본 두부로 가장 전통 있고 유명한 두부인 고지시의 당인두부가 있다. 당인두부의 당인은 당나라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외국인이란 뜻으로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박호인이 만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전쟁 포로로 끌고 갈 정도로 조선시대의 두부 기술은 삼국을 통틀어 가장 훌륭하였으나, 임진왜란 후 쇄락한 국력과 피해로 점차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근래에는 새로운 두부 개발과 맛을 높이는 노력으로 다시금 전성기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유명한 두부 중 하나는 강릉의 초당두부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 선생의 부친인 초당 허엽이 강릉에 거주하면서 강릉의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추어 두부를 만들었는데 그 두부가 맛이 좋아 그 이름을 자신의 호인 초당을 붙여 초당두부로 지었다. 지금까지도 초당두부는 마을이 형성될 정도로 성업을 하며 수공업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곳에서 전국적으로 두부를 유통하기도 한다.

■두부 감자 크로켓 만들기

■재료

두부 100g , 삶은 감자 50g , 새송이버섯 30g, 밀가루 15g, 빵가루 50g, 계란 1알, 마늘 1톨 , 양파 10g, 소금 1ts , 후추, 파프리카 파우더 1/2ts , 건바질, 튀김용 기름 1L

■만드는법

① 두부는 으깨어 수분을 빼준다. ② 새송이버섯과 마늘, 양파는 다져준 후 볶아 소금 간을 해준다. ③ 두부와 감자, 식은 야채들에 파프리카 파우더와 건바질 소금과 후추를 넣어 반죽을 해준다. ④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입혀 섭씨 180도에서 천천히 튀겨준다. ⑤ 마요네즈나 케첩을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오스테리아 주연·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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