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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美, 獨·佛·英에 車관세 인상 협박하며 '이란핵협정' 파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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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정부, 분쟁절차 강요"

유럽 반발 "마피아식 협상…동맹관계 있을 수 없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국 정부가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상대로 이란핵협정(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를 강요하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등 3국 정부를 상대로 은밀히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위협 시점은 이들 3국이 이란의 우라늄 재농축 발표에 항의해 JCPOA 분쟁조정절차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유럽 국가들이 이란과 분쟁조정절차를 개시하지 않는다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실제 이런 위협이 전달된 지 일주일 후 3국 정부는 이란의 우라늄 재농축 등을 문제 삼아 공식적인 분쟁조정절차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독일 등 3국이 JCPOA 분쟁조정절차에 돌입하기로 한 결정에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는 이란 정부가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해주기로 합의했다. 핵발전 등에 필요한 연구개발 등은 가능하게 해주되, 무기화는 용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제재를 푼 것이다. 우라늄이 원자폭탄 등 무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90% 이상 농축돼야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가 전격적인 탈퇴를 선언하면서 JCPOA는 흔들렸다. 여기에 이란 정부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후 핵농축 재개 방침을 밝힘에 따라, JCPOA는 존폐의 위기에 놓은 상황이다.


미국의 이런 요구에 대해 유럽 외교가는 '강요(extortion)'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동맹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한 적은 있지만, 외교정책을 압박하는 형태로 관세를 협박한 적은 없었다.


제레미 샤피로 유럽외교 관계위원회 연구소장은 "관세 위협은 마피아들이나 이용하는 방식"이라며 "동맹국의 전형적인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WP는 미국의 위협이 오히려 상황을 꼬이게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럽 3국은 당초 이란의 핵농축 재개와 관련해 분쟁조정절차에 돌입할 계획이었는데, 미국의 위협에 따른 것처럼 비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 유럽 당국자는 "우리는 약하게 보이기를 원치 않아,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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