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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기획]①대법 산재소송 승소율, 전관-非전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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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실태 확인차 2015년이후 대법 심리불속행 사건 전수조사

공정거래사건 승소율은 전관이 13%p 높아…대형로펌 영향 감안해야

연합뉴스

법조계 전관예우 관행(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2018년 법원행정처가 법조 직역 종사자 1천14명과 일반 국민 1천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관(前官·판검사 출신 변호사) 예우 인식조사' 결과는 법조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사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대규모 인식조사에서 일반국민 41.9%, 판사 23.2%, 검사 42.9%, 변호사 75.8%가 '사법절차에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변하면서 '우리 사법시스템은 공정·공평한가'라는 물음이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국책연구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이 현직 변호사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관예우 인식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변호사 64.6%가 '전관예우가 약간 존재한다'고 답변했고, '매우 많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변호사도 13.2%에 달했다.

이런 인식 상의 '전관예우'가 판결 결과로 입증되는지 확인키 위해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여에 걸쳐 법원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한 2015년 이후 대법원 판결 중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결정이 난 산업재해 사건 802건과 공정거래 사건 259건을 전수조사해 전관 변호사와 비(非)전관 변호사의 승소율을 비교했다.

민·형사 사건이 아닌 행정 사건을 표본으로 택한 것은 민·형사 사건에 비해 '전관 변수' 외 타 변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민사 사건의 경우 소송 당사자 중 일방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 다른 당사자도 전관을 선임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효과적인 비교가 어렵고, 형사 사건은 주로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에 의해 전관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판결 결과만으로 전관효과 여부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행정사건 중에서도 대표적인 민생사건인 산재 사건과 대표적 기업사건인 공정거래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삼았고, 그 가운데서도 변호사의 이름값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대법원 '심리불속행' 사건을 표본으로 삼았다.

대법원 심리불속행 사건은 대법원이 상고된 사건에 대해 상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더이상 심리하지 않고 당사자의 상고제기 자체를 기각한 것을 말한다. 변론이 이뤄졌다면 전관 여부와 관계없이 각 변호사의 변론 능력에 따라 판결 결과가 엇갈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에 변론이 없었던 사건만을 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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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산업재해 사건 전관 변호사와 비전관 변호사의 승소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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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공정거래 사건 전관 변호사와 비전관 변호사의 승소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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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전관 변호사와 비전관 변호사 간 승소율 차이가 '전관예우의 위력이 확인됐다'고 할 만큼 크지 않았던 것이다.

산업재해 사건 802건 중 전관 변호사가 원고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대리인단의 일원으로 전관 변호사가 들어간 경우 포함) 62건의 승소율은 17.74%(11건)로, 전관이 아닌 변호사가 원고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 720건의 승소율 18.47%(133건)과 비슷했다. 나머지 20건은 원고 대리인이 전관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전관 변호사가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을 대리한 사건은 5건에 불과해 의미있는 표본을 얻지 못했지만 전관 변호사는 5건 중 1건을 승소하는데 그친 반면 비 전관 변호사는 777건을 대리해 637건을 승소, 81.98%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공정거래 사건에서는 전관 변호사가 비 전관 변호사보다 승소율이 다소 높긴 했다. 전관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한 160건 중 70건을 이겨 43.75%의 승소율을 보였다. 반면 비 전관 변호사는 원고를 대리한 98건 중에서 30건을 승소해 전관 변호사보다 약 13% 포인트(p) 낮은 승소율인 30.61%를 기록했다.

다만 13% 포인트 차이를 '전관예우 효과'로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반론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승산에 입각해 사건을 보수적으로 수임하는 전관 변호사들의 성향과 재판절차에 대한 전관 변호사들의 오래된 경험과 높은 이해도 등을 고려하면 13% 포인트 차이를 전관예우 효과라고 인정하기는 애매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와 더불어 공정거래 사건에서 전관 변호사의 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에는 '대형로펌 파워'도 작용하는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공정거래 사건 259건 중 소속 변호사 수 100명 이상인 대형로펌이 수임한 사건은 190건이었고, 이중 136건에 전관 변호사가 참여했다. 대형로펌들이 소송가액이 큰 공정거래 사건에 전관 변호사를 포함한 초호화 대리인단을 꾸려 '총력전'을 벌이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순열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13일 "전관 변호사들은 승소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사건을 수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관 변호사들이 통상 비 전관 변호사에 비해 법조 경력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3%p의 승소율 차이는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전관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전관 변호사 위주의 왜곡된 변호사 시장을 조장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표]산업재해 및 공정거래 사건 전관 변호사 승소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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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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