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이란, 의도치 않게 실수로 여객기 격추”…美, 이란 대 압박 더 거세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모습이라며 9일 홈페이지에 올린 19초 분량 동영상 중 일부. 영상에는 여객기로 추정되는 작은 불빛 하나가 날아가다 순간 번쩍하며 폭발하는 장면(왼쪽 사진)과 이후 두 개로 쪼개진 불빛(중간의 점)이 담겼다. NYT는 이 영상이 이맘 호메이니 공항 부근 파란드 상공에서 찍힌 것으로, 여객기 교신 두절 시점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NYT 홈페이지 캡처


이란의 미사일 발사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테헤란 상공에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앞서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던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대(對)이란 추가 제재를 앞서 단행했다.

◆AP 등 “이란, 의도치 않게 여객기 격추”…‘외부 공격’ 부인 무색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란 국영TV를 인용해 “‘의도치 않게(unintentionally)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으며, 인간의 실수(human error)였다’는 이란의 군사 성명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군 당국은 성명에서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여객기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실수’로 발사된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이란인 147명 등 총 176명을 태우고 지난 8일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3분 만에 추락했으며, 이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지 몇 시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세계일보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 EPA·연합뉴스


이란 당국은 여객기가 외부 공격에 피격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알리 아베드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사고기는 미사일에 격추되지 않았다. 이 사실 하나만은 확실하다”며 “서방이 이란의 미사일로 여객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하는 데 증거가 있다면 이란에도 공유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치인이 추락 관련 정보가 있다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출해 전 세계가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드자데 청장은 수거한 블랙박스 정보는 이란이 보유한 특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자체 추출할 계획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외부 도움을 청하겠다고 거듭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목격자의 증언과 파편으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륙 3분 뒤 불이 붙었다”며 “조종사가 8000피트(약 2400m) 고도에서 회항하려 했지만 화재 때문에 추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기는 공중에서 폭발하지 않았다”며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의혹은 전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라고 외부 피폭설을 부인했다. 특히 이란 미사일로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주장이 이란을 괴롭히는 ‘서방의 여론전’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산 레자에 이파르 이란 조사위원장은 블랙박스 정보 추출이 불가능하면 우크라이나,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중 한 국가에 보내겠다고 했으며,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번 사고로 자국민이 사망한 국가가 전문가를 이란으로 보내면 환영한다”고 이란의 결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세계일보

◆美 “사고 조사 후 적절한 조처”…이란 향한 압박 거세질 전망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는 미 당국 판단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뒤,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란 미사일의 격추설을 실명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대이란 추가 제재 발표를 위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백악관에서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란 미사일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의해 피격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믿고 있다”며 “우리는 최종 결론을 내기 전에 조사를 마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우리와 이 세계는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였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그건 문제조차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 나름대로의 의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다음날 중동의 불안정을 촉발했다며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8명 관료와 함께 철강, 알루미늄, 구리 제조업체 등을 제재 대상으로 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