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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 “이란도 미국과 전쟁 원치 않아…혼란상 빨리 정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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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는 지난 8일 경향신문과 대담하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바뀌길 기대한다”면서 “중동에서 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한 이란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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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관계 개선 위해 노력한

전장 영웅 솔레이마니 암살

이란 자존심 밟으려는 목적


호르무즈 파병 수용 어려워

전쟁 땐 미국만 적 아닐 것


미 중동 정세 개입 속내엔

석유 등 에너지 패권 경쟁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는 지난 8일 “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란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현재의 혼란상이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이날 서울의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반대할 뿐 미국인들에게는 악감정이 없다. 미국의 정책이 바뀌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우리를 다시는 보복하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대담은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2곳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쏜 직후 이뤄졌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미국이 우리의 국민 영웅인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는데 어떻게 그냥 놔둘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전쟁을 벌이지도 않고 있는데 미국은 솔레이마니를 순교시켰다. 이란 정부가 복수를 안 한다면 그의 죽음은 헛되게 된다”면서 “만약 다른 나라가 한국의 영웅적인 인물에게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우리는 지금 미국과 경제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호르무즈 파병을 한다면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호르무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만 적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 미군 사상자가 없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첨단 무기로 타격을 입혔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이란은 복수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미국이 우리를 다시는 보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이 다시 보복하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는다.”

- 이란이 얻은 것이 있다면.

“첫번째, 이란 국민들이 하나가 됐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이란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여론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자존심이었다. 이란 국민 모두 솔레이마니를 인정한다. 두번째, 이라크 내 이란 반대 여론이 있었는데 이번 미국 공격으로 이란과 이라크가 하나가 됐다. 세번째는 이라크 의회에서 미군 철수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골치 아프게 됐다.”

- 솔레이마니는 왜 죽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죽이면 우리와 함께 싸우는 저항공동체인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이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솔레이마니는 전장에서 영웅이었다. 이라크·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가 해결했다. 언론 보도도 됐지만 이번에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것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 중동평화안의 내용을 이라크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말하지 않았나. 미국은 그런 방문 목적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그를 암살한 이유는 이란의 자존심을 밟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에선 솔레이마니 같은 사람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미군기지 공격을 모든 국민이 반긴다. 트럼프는 실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 트럼프가 유적 공격을 말했다.

“알카에다가 한 말인 줄 알았다. 미국은 고대 문명지역이 아니었고 이렇다 할 공격받을 유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발언한 게 아닌가 싶다. 이라크 정부가 나가라고 해도 미군은 안 나간다고 버틴다. 계속 떠나라고 하면 이라크 정부에 군기지 건설비용을 청구하고 경제제재를 가할 거라고 위협한다.”

- 미국은 왜 이라크에 주둔하나.

“석유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나는 석유를 다수의 미국 회사가 판매한다. 시리아에도 석유가 나오는 지역에서만 머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우리도 석유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다고 본다. 이란은 가스까지 포함하면 세계 2위권 에너지 대국이다. 미국은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니까 (이란 영향력을 줄일)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 것 아닐까.”

- 호르무즈해협 위기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호위연합체 때문에 (참여를 요청받은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골치 아프게 됐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면서 이지경으로 악화된 것 아닌가.”

- 한국 정부는 파병을 고민한다.

“한국과 미국의 특수한 관계를 안다. 하지만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이란이 한국을 도왔고,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이란을 떠나지 않고 건설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 10여명이 숨졌다. 잊지 않고 있다. 일본도 독자적으로 자국 상선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것마저도 호르무즈해협이 아닌 아덴만에서 하겠다고 했다. 되묻고 싶다. 호주, 영국 정도를 제외하고 어떤 나라가 지금 호위연합체에 참여하겠다고 하는가. 우리는 지금 미국과 경제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호르무즈 파병을 한다면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호르무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만 적이 아닐 것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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