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의 대리 싸움터 돼… 이번 사태도 무기력한 대응뿐, 후세인 정권 이후 쇠락의 길
이라크는 줄곧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는 신세다. 앞서 지난달 29일 미국이 이라크 내 친(親)이란계 민병대를 전투기로 폭격하자,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폭격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강행했다"고 했다. 이라크 정부가 반대해도 미국이 이라크 땅에서 마음대로 군사 작전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숨진 솔레이마니를 비롯해 이란 정보기관원들이 이라크 정부 고위직 인사에 시시콜콜 간섭해왔다는 외신 보도도 줄을 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이란의 공격에 대해 대국민 성명을 내놓을 때도 피해가 집중된 이라크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이라크로선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이라크도 번영했던 시기가 있었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꽃피운 곳이 이라크였다. 현대에 접어들어 1958년 아랍연맹 창설에 주도적으로 나설 때만 해도 중동에서 힘깨나 쓰는 나라였다. 사우디에 이어 원유 매장량 세계 2위의 자원 대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1979년 사담 후세인이 정권을 잡은 이후 이라크는 끊임없이 외세에 시달리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80년부터 이란과 8년간 전쟁을 벌였고, 이후 걸프만 전쟁(1990년)과 이라크 전쟁(2003년)을 거치며 나라가 황폐화됐다. 미국이 후세인을 제거한 2003년부터 8년간 미국의 입김에 시달렸고, 미군이 철수한 2011년 이후로는 이란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부터 3년간 극단주의 테러 세력 IS(이슬람 국가)가 이라크 북부 영토를 차지했지만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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