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트럼프, 이란에 군사력 대신 '살인적 경제제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군기지 피격 관련 對국민 연설]

대선 앞두고 군사충돌 부담된 듯

이란, 공격 1시간전 이라크에 통보… 트럼프에 출구 열어줬다는 분석

이란 "협력 제안한 연설에 안속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이란의 전날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두 곳에 대한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지만,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며 "(대신) 즉각적으로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보복이 아닌 경제 제재를 택하면서 미·이란 간 최악의 군사 충돌 위기는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당분간은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강화한 채 대화를 통한 출구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공격으로) 사상자가 없었다. 우리의 모든 장병은 안전하고 최소한의 피해를 입었다"며 "이란은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보복과 응전이 이어질 경우 확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군 희생자가 없다는 점을 명분 삼아 일단 파국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

“미군 강력하지만 군사력 사용 원치 않아”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각)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로비 현관)에서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를 미사일 공격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몇 배의) 불균형적 반격' 등 말폭탄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보복 카드를 내려놓은 것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전략적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끝없는 전쟁의 종식'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이라크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신의 과거 발언을 모두 뒤집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 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반전 여론이 50%를 넘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경제 성과를 재선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입장에선 전쟁으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경우 대선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란도 전략적으로 트럼프에게 출구를 열어줬다. 이란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미군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중에서도 인구가 덜 밀집된 쪽을 목표로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고의적으로 미군 기지를 빗맞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라크 공군기지를 공격하기 1시간 전에 이라크 총리에게 공격 계획을 구두로 통보했다. 사실상 간접적으로 미국에 미리 알려준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3시간 30분 전부터 백악관에선 각종 정보를 토대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하면 결국 이란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살에 대한 보복이라는 명분은 쌓고 전면전은 피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이란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사태 봉합의 단초를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스위스 외교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수많은 충돌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의) 최대 압박과 (이란의) 보복 충동은 그들이 충돌할 여지가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9일 "이란은 '협력'을 제안한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은 "솔레이마니 장군의 피에 대한 적절한 보복은 미군을 중동에서 내쫓는 것"이라며 "이번 미사일 공격은 앞으로 잇따라 실행할 공격의 시작"이라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