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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美대사관 습격한 이라크 친이란 시위대…트럼프 "모두 이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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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AFP연합뉴스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오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지지자 수십명은 미 대사관 차량 출입용 문을 부수고 대사관 안으로 몰려들었는데 최루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이 시위대에 사실상 ‘습격’을 당한 것은 최초다.

현지 언론들은 문 안쪽으로 진입해 불을 지른 이들이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민과 조직원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일부는 이 조직의 군복을 입고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미국 민간인을 죽였다. 우리는 강력하게 대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며 “오늘 이란은 이라크의 미 대사관 공격을 조직했다. 그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미 대사관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길 바린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경비가 삼엄한 그린존 구역 안에 있는데, 이날 시위대는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그린존 경계를 통과했다. 그린존 경비 담당은 이라크 군경이다.

현지 언론들은 시위대에 시아파 민병대의 지도자급 인사와 이라크 고위 관리도 있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사를 비롯, 외교관 등 대사관 직원들은 시위를 피해 대사관을 비웠다.

이라크 군경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으로 난입한 뒤 뒤늦게 출동해 취루탄을 쏘며 이들을 해산시키려 했다. 이 과정서 시위대의 부상자가 나왔고, 대사관 공관을 지키는 미 해병대도 최루탄과 섬광탄을 쐈다.

세계일보

사진=AP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는 폭격으로 사망한 카타이브-헤즈볼라 조직원의 장례식을 치른 뒤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으로 향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주변의 감시 카메라를 부수고 외벽과 경비초소에 불을 질렀고 대사관 외벽에 카타이브-헤즈볼라 깃발을 내걸고 성조기를 불태웠다. 외벽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국민의 명령이다. 폐쇄하라’라고 적힌 낙서가 목격됐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시위대에게 미 대사관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 1명이 죽고 미군이 다치자 이 공격의 배후로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목하고 29일 이 조직의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대 기지 5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이 조직의 고위 인사 4명 등 2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글을 올려 로켓포 공격의 주체를 이란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이번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석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기류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반정부 시위는 대체로 이란에 우호적인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 부패를 규탄하고 이란의 내정간섭을 반대한다는 흐름이어서 정부를 지지하는 친이란 세력은 전면으로 나서지 못한 채 수세에 몰렸었다. 시아파 민병대가 반정부 시위대에 총을 쏘고 구타하는 등 공격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미국의 폭격으로 시아파 민병대 등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이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가 마련됐다. 시아파 민병대가 사조직이 아니라 이라크 정부 산하의 공권력인 만큼 이라크 정부가 반대했는데도 이라크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강행한 미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라크 정부도 미국의 이번 공격이 주권 침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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